흔히 사람들은 길이 5m 이상 공간을 걸으면 통로로 인식한다. 더욱이 길이가 폭보다 4배 이상 되면 길다고 느낀다. 폭 3m에 길이 10m 정도면 서서히 지루해진다.

이에 실내공간디자인에서는 그 속도와 목적지에 맞춰 이른바 '통행 디자인(Passage Design)' 개념을 넣게 된다.

흔히 보는 통행디자인으로는 그림을 걸어 공간을 순화시키거나,할로겐 조명으로 리듬감과 방향성을 주는 방식으로 꾸며진다.

또한 다양한 표지판이나 공공성을 띤 그래픽 디자인으로 실용적 메시지를 구사하기도 한다.

최근엔 이 같은 전통방식을 벗어난 새로운 기법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건대 스타시티 복합단지 연결통로인 '누벨이마쥬'는 이 같은 흐름의 대표 사례로 꼽을 수 있다.

12개의 영상조명 장비와 3000여개의 LED조명,곳곳에 숨겨진 스피커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장비와 기자재를 기발한 아이디어로 짜맞춘 환상공간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무미건조한 재료들을 절묘하게 붙이고 연결해 자연미가 물씬 풍기는 통로로 탈바꿈시킨 디자인 솜씨가 감탄을 자아낸다.

특히 공간 전체의 디자인 주제가 꽃 바다 하늘 등 자연을 소재로 어우러져 더 친근감이 느껴진다. 일반인들이 지나다니는 통로에 난해한 주제의 디자인을 넣었다면 효과가 반감되지 않았을까.

누벨이마쥬는 바로 이런 점을 경계해서 일상의 소재를 활용해 과장 없이 깔끔하게 처리한 것이 돋보이는 요인이다. 자연을 모티브로 하는 디자인은 자칫 밋밋하거나 과도한 치장의 양극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실내공간 디자인에도 흐름과 사조가 있다. 자연을 테마로 해서 인간 본성의 순화를 추구했던 흐름은 20세기 초 모더니즘 건축이 활기를 띠던 때 성행했다.

모던 건축가들은 흔히 옥상에 정원을 만들고,넓은 발코니를 통해 외부와 만나는 형태로 디자인을 했다. 이 같은 트렌드는 지금도 실내 건축분야의 중요한 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엔 우려스런 양상도 엿보인다. 자연주의라는 명분 아래 가짜 나무,속이 텅 빈 돌덩어리 등 건조한 재료를 주제와 걸맞지 않게 늘어놓는 사례들이 눈에 띈다. 이들은 의미 없는 재료의 과잉배치와 디자인 거품으로 사람들의 시각장애를 일으킨다. 즐거움보다는 부담스러움과 피곤함을 준다.


건국대 스타시티 연결통로인 '누벨이마쥬'는 이 같은 흐름에서 상당한 간격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같은 명쾌한 결과는 초기 계획단계부터 행인들의 속도 · 밀도,시각적 방향성까지 정밀하게 분석하고 시각적 연출을 해낸 덕분이다.

누벨이마쥬의 디자인 테마는 하늘 · 땅 · 바다 등 세 가지 요소에 위쪽에는 구름과 새가 얹혀졌다. 바닷속 물고기들이 벽을 통해 헤엄치고,커다란 스케일의 나뭇잎들은 숲을 형상화하고 있다.

이들 요소 사이에는 음향을 흐르게 해서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이렇게 조화된 통로는 어느새 아담한 하나의 무대가 되기도 한다.

이로써 누벨이마쥬는 우연히 지나게 된 행인일지라도 신선한 자극과 감성을 솟구치게 한다. 이 느낌은 공간을 스쳐간 후에도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는 강한 흔적을 남긴다. 다시 지나보고 싶은 향수의 기억인자로 만들어내는 매력공간이다.

장순각 한양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