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루드!(Salud),디네로!(Dinero)"

지난 12일 저녁,서울 홍대앞 레스토랑 '엘 플라토(El Plato).서른평(99㎡)남짓한 이곳에 들어서자 캐스터네츠와 만돌린에 맞춘 플라맹고 음악이 흥을 돋운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건배사.살루드(건강),디네로(돈),아모르(Amor · 사랑),티엠포(Tiempo · 시간).술잔을 부딪힐 때는 위에서 한번,아래서 한번,그리고 가운데서 한번.이렇게 세번씩을 부딪힌다. 우리모두 위 아래 없이 평등하는 뜻에서.

스페인풍이 뜨고 있다. 우리 사회 유행의 한축을 이루는 유러피언 스타일의 중심이 과거 프랑스,이탈리아에서 요즘에는 스페인으로 옮겨가고 있다.

서울 홍대앞이나 신촌 등 젊은이들이 몰리는 트렌드의 거리에서는 스페인풍 레스토랑이 하나의 아이콘이 되고 있다.

'엘 플라토'에서 만난 은행원 김길수씨(38).

그는 요즈음 스페인 카탈루냐산 레드 와인 '그란 산그레 드 토로(gran sangre de toro)에 푹 빠져있다. 그 뜻은 스페인어로 '황소의 피'.

"투우의 격정과 울분 등을 담고 있죠.아직 스페인 지배를 받고 있지만 늘 독립의 꿈을 갖고 있는 카탈루냐인들의 역사가 서려있다고나 할까요. "

흥겨운 음악이 흐르고 분위기가 달아오르자 건너편에 있던 회사원 김하정씨(28 · 여)가 무대에 나선다.

3개월간 플랑맹고 학원에서 배웠다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집시 무용 '사파테아도'를 추기 시작한다. 춤에 몰두한 김씨의 얼굴에서 '스페인'의 이미지,자유와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엘플라토'는 지난 2006년 문을 열었다. 해산물 빠에아(1만5000원),하몽치킨핀초스(2만원) 등 10여종의 스페인 대표 음식과 스페인 전통 샐러드 '타파스' 30여종등 모두 40여종의 스페인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이곳 김찬혁 대표는 "프랑스의 귀족 요리와 달리 스페인 음식은 지극히 서민적이면서 투박스럽지만 강렬하게 남는 뒷맛은 우리네 음식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손님들도 "프랑스와 이탈리아 음식보다 이해하기 편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소설가 황석영 씨가 단골인 이태원 근처 스페인 레스토랑 '라플란차(La Plancha)'는 미식가들에게 소문난 곳.

전 카타르대사관 수석 주방장 출신을 포함,총 5명의 스페인계 요리사가 스페인 각 지방의 음식을 내놓기 때문.

라플란차란 스페인어로 '도마'란 뜻이다. 정통 스페인식 바비큐를 접시 대신에 도마에 내오기 때문에 이렇게 불린다고.

특히 이곳에는 100종 이상의 타파스 레시피를 보유하고 있는게 최대 매력이다.

특히 스페인 남부 지역에서 직접 들여온 온 과일로 만든 와인 '샹그리아(sangria)'와 볶음밥의 일종인 '빠에야 네그라'(1만3900원)가 찰떡 궁합으로 통한다.

인사동 안국역 인근의 '롯시니'는 스페인 와인전문점.총 14개의 테이블과 3개의 룸을 갖췄다. 세계적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로가 100점 만점에 98점을 매긴 레드 와인 '베가 시실리아 우니코'를 비롯,'뻬레즈 파스코아스''핀띠아''란 리세르바''페인 까바(스파클링 와인)' 등 국내에선 접하기 힘든 스페인 와인 29종을 즐길 수 있다.

특히 '베가 시실리아'는 스페인의 '로마네 꽁티'로 불리는 와인.지난 1981년 영국 찰스 왕태자와 다이아나의 결혼식에 등장해 세계 와인 애호가들의 주목을 받았다.

박장연 사장은 "스페인이 건조한 산악 지대로 둘러싸여 있고 무더운 기후 등으로 포도가 잘자란다"며 "스페인 와인은 리오하,카탈루냐,헤레즈 등 지역에서 재배된 템프라니요 등 자생품종을 써 아로마향과 산미가 특히 진해 40대 이상 중 · 장년 층으로부터 인기"라고 귀띔했다.

와인 가격은 4만~10만원으로 다양하다.

인사동 '민가다헌'에서도 스페인 와인을 맛볼 수 있다. '란 리미티드에디션''장레옹 메를롯''에르마노스 틴토' 등 유명 스페인 9종을 취급하고 있다.

3년간 프랑스 보르도2대학에서 양조와 시음을 공부한 이미혜 민가다헌 소믈리에는 최근 스페인 와인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고.

몇년 전부터 국내에 스페인 열풍이 불면서 스페인 와인을 찾는 이들이 늘었기 때문.이씨는 "요즘들어 스페인 와인의 비중이 계속 늘고 있다"며 "스페인을 다녀온 이들을 비롯해 와인 마니아들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와인 가격은 5만원대가 주종을 이룬다.

장성호/이기주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