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어린이상' 수상 척추성 근위축증 이언지양 덕의초교 졸업

"친구들 없었으면 학교 못다녔을 거에요"
"6년 동안 어떻게 다녔는지 모르겠어요.꿈만 같고 또 서운하네요."

12일 서울 구로구 고척동 덕의초등학교에서 열린 제25회 졸업식장은 온통 울음바다였다.

그렇게 된데는 한 졸업생의 특별한 사연이 있었다.

척추성 근위축증을 앓고 있는 이언지(13) 양.
서울시교육감이 수여하는 `서울어린이상'을 받은 언지 양은 무대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졸업 소감과 함께 그동안 함께 해준 친구들과 부모에 대한 마음을 표현하다 결국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친구들과 교사들도 지난 6년간 언지 양과 함께 한 추억을 떠올리며 연신 눈물을 훔쳐냈다.

언지 양은 선천적으로 척추성 근위축증을 앓고 있다.

척추신경이 힘을 점점 못 쓰게 돼 혼자 설 수도, 용변을 볼 수도 없다.

4학년 때에는 에스(S)자로 굽은 척추를 펴는 수술을 받아 몸을 구부릴 수도 없다.

하지만 이런 신체적인 어려움에도 언지 양은 6년 내내 1등을 거의 놓치지 않았고 학교의 각종 상도 휩쓸다시피했다.

언지 양이 남들과 똑같이 6년의 초등학교 생활을 마칠 수 있었던 데는 무엇보다 늘 휠체어를 밀면서 등하교를 함께 해 준 어머니 김시숙(41)씨와 친구들, 선생님들의 도움이 컸다.

매일 언지 양을 안고 움직이느라 허리를 다쳤지만 늘 묵묵히 딸 옆을 지켜 온 어머니 김씨는 항상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라"라고 말해주며 딸이 다른 아이들과 똑같다고 믿고 있다.

"장애인이라고 해서 안정적이거나 평범하게 살길 바라지 않아요.

장애를 딛고 일어난다는 것이 무엇인지 언지가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
반 친구인 황진우 군은 "우리반 친구들 모두 언지를 특별하게 생각해 본 적 없다.

똑같은 친구 중 한명이었을 뿐"이라며 "휠체어를 끌어줘야 하는 점만 다르고 나머지는 다 똑같다"고 말했다.

다른 친구들도 "착하고 친구들의 얘기도 잘 들어준다" "학교를 대표해 상받을 자격이 있다"며 칭찬을 늘어놓기에 바빴다.

이에 옆에서 듣고 있던 언지 양은 "친구들이 없었더라면 학교 생활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친구들에게 거듭 고마움을 표시했다.

친구들이 언지 양에게 붙여준 별명은 `슈퍼우먼'과 `원더걸'. 몸이 아픈데도 꿋꿋하게 잘 해내고 있어서 붙여졌단다.

"이제는 걷지 못하는 게 `하나님이 주신 축복'이라고 믿어요.

처음에는 `걷게 해달라'고 기도했는데 지금은 걷지 못해서 친구들의 우정을 느낄 수 있어서 더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
정치인이 되어 다른 선진국처럼 장애인을 위한 좋은 법이나 제도를 마련하고 싶다는 언지 양은 오는 3월 엘리베이터가 설치돼있는 목운중학교에 입학한다.

"새롭게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고 새롭게 친구들을 사귀어야 한다는 점 때문에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같은 초등학교 출신 친구들도 많으니까 잘 해낼 수 있을 거에요.

"
언지양에게는 몸이 불편하다는 것은 더 이상 `장애'가 아니라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hanajj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