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 "평균 15년에 일소는 30년도 가능"

최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가 기축년 소의 해에 많은 이들의 가슴을 적시고 있다.

한편으로는 40년을 살면서 30년을 노인과 동행한 황소 이야기가 궁금증을 낳고 있다.

과연 한우는 얼마나 오래 살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한우의 수명은 15년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예전에는 15년 이상 산 소들이 많았다는 것이 농촌진흥청 전문가의 설명이다.

국립축산과학원 임석기 한우시험장장은 "우리나라의 소는 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농기계를 대신하는 일소였지만 농업기계화가 이뤄지고 국민소득이 높아지면서 고기소로 전환돼 자연수명을 다 채우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지만 도축되지 않고 계속 사육된다고 가정할 때 15년에서 20년까지 살 수 있고 농부와 한 집에 살면서 먹고 일하는 일소의 경우 최고 30년까지도 살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가축이 아닌 가족으로 소를 대우했던 우리 농가에서 소는 천수를 누릴 수 있었지만 오늘날 대한민국 소들의 평균 수명은 '워낭소리' 황소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대부분의 한우는 사료 급여와 체중 증가의 상관관계를 고려해 생후 24~30개월, 즉 3년을 넘기지 못하고 도축돼 고기로 인간에 봉사한다.

그 이상 키울 경우 사료 투여량에 비해 소의 체중이 늘지 않아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암소의 경우는 그나마 출산 과정을 겪기 때문에 수소보다는 다소 오래 산다.

하지만 세 번 이상 출산을 하면 육질이 나빠져 대부분 두 번째 출산을 마치고 도축된다.

그렇게 암소가 사는 기간은 평균 50개월, 4년 정도다.

한우 중 천수에 가까운 삶을 누리는 소는 씨수소인 '종모우(種牡牛)'다.

종모우는 일단 선발까지 5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하고 선발된 다음 2~3년은 정액을 채취하기 때문에 최소 8년에서 10년까지 살 수 있다고 농진청은 밝혔다.

그러나 해마다 선발되는 종모우의 숫자가 20마리 정도에 불과한 점을 감안할 때 대한민국에서 10살 넘은 한우를 만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임석기 시험장장은 "영화 '워낭소리'에 등장한 황소가 40년을 산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아마도 농부의 정성 속에 일소 역할을 하며 적당한 노동을 한 것이 40년 장수의 비결인 듯싶다"고 밝혔다.

(수원연합뉴스) 신영근 기자 drop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