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풍 탄 불길 화상.추락..50여명 부상
첫 신고된 실종자 생존 확인후 4명 추가 실종신고
순식간 '아수라장'..주최측 책임 시비일듯


정월대보름인 9일 경남 창녕군 창녕읍 옥천리 화왕산 정상(해발 757m)에서 억새태우기 행사를 하던 도중 등산객 4명이 불에 타 숨지고 50여명이 중경상을 입는 참사가 일어났다.

한때 현장에 있다가 실종됐다고 신고된 등산객 김모(54.여), 전모(49), 백모(55)씨 등 3명은 연락이 닿거나 휴대전화를 통한 위치가 추적돼 생존한 것으로 확인됐으나 이날 자정까지 현장에 있었던 4명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추가로 신고가 들어와 경찰 등은 확인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고 순간 = 이날 오후 6시 10분께 행사 진행요원들이 억새에 불을 붙였으며, 10여분 지나 갑자기 역풍이 불면서 불길이 배바위 뒤편 방화선을 넘어와 순간적으로 '확' 번졌다.

배바위 인근에서 억새 태우기를 구경하던 등산객들은 갑작스런 불길을 피하려다 순간적으로 아수라장이 됐고 미처 피하지 못한 여자 3명, 남자 1명 등 4명의 등산객이 불에 타 숨졌다.

이들 시신은 배바위 주변 억새밭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또 불길을 피하는 과정에서 등산객 이모(48.여.김해 거주)씨 등 50여명이 화상 또는 골절상을 입었다.

사고가 난 산봉우리에서 50여m 지점에 있었다는 이모(28)씨는 "억새 태우는 장면을 동영상 촬영 중이었는데 불길이 갑자기 크게 번지자 뒤쪽에서 사람들이 '사람이 떨어졌다'며 소리를 질렀다"며 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씨는 "불이 크게 번지면서 순식간에 시뻘건 화염과 검은 연기가 산 정상을 뒤덮어서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고 사람들의 비명 소리만 들렸으며 완전히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인명 피해자 수 혼선 = 경찰과 소방서, 창녕군은 등산객 3명에 대한 실종 신고가 접수됨에 따라 경찰관과 소방대원 등 300여명을 동원해 사고 지역을 중심으로 수색작업을 벌인데 이어 휴대전화를 통해 위치 추적을 벌였다.

그 결과 3명은 휴대 전화로 직접 통화하거나 부산 수영구와 창녕 유어 등지서 위치가 추적돼 생존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경찰측은 밝혔다.

경찰은 그러나 자정까지 추가로 4건의 실종 신고가 더 접수돼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인명 피해에 대한 집계가 밤 늦게까지 혼선을 빚었다.

◇사고 원인 = 일단 경찰과 창녕군은 갑자기 불어닥친 역풍으로 인해 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산 정상에 배치된 안전요원 수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창녕군 측은 "민원 필수 요원을 제외한 500여명의 직원들을 산 일원에 배치했다"며 "안전 조치를 한다고 했지만 갑작스런 돌풍으로 사고가 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사고가 났을 때 산 정상에는 행정 48명, 소방 20명, 경찰관 46명 등 114명이 있었다고 전해 양측간 이견이 커 책임 시비가 일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다 돌풍 등 기상 돌변상황에 대비하지 못한 창녕군 등 주최측의 책임과 함께 방화선 설치가 허술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시신 수습 및 수색활동 = 사망자 4명(여자 3명, 남자 1명) 중 3명이 창녕 서울병원, 1명이 한성병원에 각각 안치됐으나 불에 심하게 타 훼손 정도가 심해 아직까지 신원 확인이 안되고 있다.

또 화상을 입은 50여명은 창녕과 마산, 부산지역 병원에 분산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으나 4명은 전신 3도 안팎으로 화상이 심한 편이다.

이날 오후 11시께 수색을 중단한 경찰은 10일 날이 밝는대로 경력 5대 중대 등 400여명을 동원해 추가 희생자가 있는지 재개할 예정이다.

창녕군은 '화왕산 화재사고'와 관련, 분향소를 창녕문화체육관에 설치키로 했다고 밝혔다.

◇등산객 하산 등 = 이날 오후 11시 현재 1만5천여명의 등산객의 대부분이 안전하게 산 아래로 하산했다고 경찰측은 밝혔다.

화왕산 정상의 불은 오후 7시 이전에 모두 꺼졌다고 도 소방본부측이 전했다.

창녕군이 주최하고 배바우산악회가 주관하는 이 행사는 1995년부터 국태민안 등을 기원하며 행사를 열어 왔으며, 2006년에 이어 올해 6번째 개최됐다.

(창녕연합뉴스) 김영만 기자 ym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