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구현장 일반 공개..옛 모습 복원 기원

"경제 상황도 안좋은데 빨리 (숭례문이) 복원돼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10일 숭례문 복원현장을 찾은 서미석(49.여)씨는 이곳저곳을 파헤치고, 철제 구조물에 포위된 숭례문의 처절한 광경을 바라보면서도 '완벽한 복원'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옆에 있던 서씨의 딸(20)은 완전한 복원에는 반대했다.

올해 모 교대에 진학한 이씨는 "어느 정도 참화의 현장이 보존됐으면 좋겠다.

그래야 아이들이 여기서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문화재청이 숭례문을 일반에 공개한 10일 오전.
간간히 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국민들은 1년 전 화마의 희생자가 됐던 숭례문을 찾기 위해 발길을 재촉했다.

그 중에는 경북 포항에서 오전 6시에 출발한 김재희(24)씨도 있었다.

김씨는 "불이 났을 때 현장을 찾지 못해 안타까웠는데 오늘 일반에 개방한다고 해서 아침 일찍 나왔다"면서 정작 "현장을 보니 가슴아프다"고 말했다.

11시부터 현장이 공개된 가운데 시민들은 40명씩 짝지어 20분 간격으로 숭례문을 관람했다.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몰릴 것에 대비한 문화재청의 조치였다.

문화재청은 그간 인터넷을 통해 신청을 받아 주말을 이용해 숭례문 복구현장을 공개한 적이 있지만 이처럼 전면적으로 현장을 공개하는 것은 처음이다.

온통 비계에 휩싸인 숭례문을 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쓰라렸다.

송기림(60.신림동)씨는 현장을 처음본 듯 "숭례문은 국민의 얼굴인데 이런 일이.."라고 말끝을 흐리며 "옛 모습 그대로를 복원하길 기다린다"고 했다.

강북구 미아동에서 온 김명자(67)씨도, 구로동에서 온 김광수(70)씨도, 홍은동에서 온 박윤자(53)씨도 "가슴아프다", "끔찍하다", "찡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부의 복원계획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아유 이게 뭐야, 이거 언제 다하냐"라는 푸념섞인 소리도, "3년 안에 공사를 끝낸다니 말이 되나? 완벽을 추구하는 독일을 따라잡기엔 아직 멀었어"라는 질타도 이어졌다.

그러나 질책이건 관심이건 불만이건, 궂은 날씨에도 이른 아침부터 수백 명이 모인 것은 그만큼 숭례문에 대한 국민들의 애정이 깊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일이었다.

공개 30분전부터 약 100m정도 줄이 늘어서더니 정오가 넘어서자 기다리는 줄은 약 300m까지 늘어났다.

송용석(68.대흥동)씨는 "좀 불편해도 기다려야지 어떻하겠나"라고 했고, 허정의(76.남창동)씨는 "무슨 나무를 썼는지 보기 위해 왔다"고 했다.

6개월 전 미국을 떠나 한국에 온 마크 팰런드리(47)씨는 "지난 2005년 여행 때 숭례문을 봤는데 매우 인상적이었다"며 "숭례문에 큰 화재가 났다는 말을 듣고 매우 슬펐는데 복구 현장을 공개한다 하길래 오게 됐다"고 했다.

일반 공개에 앞서 이건무 문화재청장은 "숭례문 1주년을 맞아 참담하게 상처받은 마음이지만 숭례문 복구는 희망이 돼야한다"며 "당당하고, 웅장하게 복원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숭례문 복구현장 옆에서는 '민족혼 뿌리내리기 시민연합'이 '숭례문 복원 성공 기원제'를 지냈다.

기원제는 오전 11시부터 성균관 석전대제 이수자들이 제관으로 참여한 가운데 국조오례의와 실록, 의궤도 등에 명시된 조선시대 의례가 고증을 거쳐 1시간 가량 이어졌다.

시민연합은 기원제를 끝낸 후 시민들이 참가하는 '국민참여 기원문'을 작성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현장에서만 1천명이 넘는 인원이 서명에 참여했다.

기원문에는 "사랑하는 숭례문아, 아주 멋있게 웅장한 자세로 옛날 그대로 복원되길", "모두가 한마음으로 숭례문의 새로운 태동을 기원드립니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시민연합은 2012년 12월로 예정된 숭례문 복원이 마무리되면 앞으로 문화재를 잘 보호해달라는 취지로 문화재청에 이 기원문을 전달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buff2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