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9일 이석행 위원장을 포함한 `지도부 총사퇴'를 선언하면서 성난 여론에 백기를 들었다.

핵심 간부의 `성폭력 추문'이 언론에 공개된지 나흘만이다.

문제가 처음 불거진 지난 5일만 해도 `개인적인 문제'라며 상황을 모면하려던 민노총은 이번 사태를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도덕성에 치명적인 흠집이 났고 결국 더 이상 버티지 못한채 무릎을 꿇었다.

이번 사태는 민노총 핵심 간부가 이 위원장의 도피를 도운 여성 조합원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이 처음 보도된 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오전까지만 하더라도 민노총은 "일개 간부가 만취한 상태에서 저지른 개인적인 문제"라고 선을 그으며 사태의 `축소'를 통한 조기 진화에 주력했다.

특히 지도부 사퇴 가능성에 대한 일각의 주장에 대해 정파 간의 갈등 내지는 민노총에 비우호적인 언론보도를 비난하는 태도마저 보였다.

하지만 당일 오후에는 이런 기세가 한풀 꺾이게 된다.

피해자측이 사태수습 과정에서 민노총 지도부가 보인 부도덕성을 공개하면서 가해자를 고소하는 물론 사건 전반에 대한 수사를 의뢰키로 했던 것.
피해자측은 `조직 보호'를 앞세운 압박으로 인해 피해자가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았고 이 위원장의 도피 과정과 은신처 제공 경위 등에 대해 허위 진술을 강요하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또 사건의 처리과정을 지켜보면서 민노총 지도부가 민주노조운동을 진행할 도덕적 근거를 완전히 상실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당일 밤에 열린 중앙집행위원회가 지도부 사퇴와 관련해 결론을 내지 못하자 허영구 부위원장 등 4명은 6일 새벽 개별적으로 사퇴의사를 표명했다.

이석행 체제 출범 이후 2년간 누적된 정파 간 갈등이 곪아터지면서 그야말로 `내우외환'의 처지에 빠져들게 된 것이다.

이에 민노총은 6일 재개된 중집 회의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면서도 지도부 총사퇴 문제는 이 위원장을 면담한 뒤에 결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이 부정적인 뜻을 밝힘에 따라 총사퇴 문제는 다시 9일의 중집회의로 미뤄졌고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조직 내부의 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보수는 물론 좌파진영에서도 도덕성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지도부는 결국 7일 긴급회의를 열어 지도부 총사퇴를 중집위 안건으로 결정하기에 이른다.

`술취한 간부의 사소한 실수'라며 위기를 모면하려던 민노총 지도부의 얄팍한 시도가 무산되는 순간이었다.

당초 사퇴를 거부했던 이 위원장은 9일 중집회의기 시작되기 직전에 사퇴를 발표, 옥중에서 스스로 `이석행 체제'를 마무리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bana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