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은 9일 노조 핵심 간부의 `성폭력 파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이석행 위원장 이하 지도부가 총사퇴했다.

민주노총 진영옥 수석부위원장(위원장 직무대행)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지도부는 피해자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사죄의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사퇴를 결정했다"며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막고 조직 내 모든 성폭력이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총사퇴한다"고 말했다.

이로써 민주노총 지도부는 성폭력 사태가 불거진 지 4일 만에 위원장을 포함한 지도부 9명 전원이 현직에서 물러났다.

민주노총 집행부의 총사퇴는 1995년 출범 이후 이번이 네 번째다.

진 부위원장은 "민주노총 전체가 부도덕한 조직으로 매도돼 80만 조합원의 권위와 명예가 손상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에 따라 2차 가해를 한 당사자를 밝혀내기 위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비상대책위원회에 제안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을 처리하면서 피해자중심주의원칙에서 접근하려고 했음에도 피해자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공감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서도 "피해자에게 위증을 강요하고 가해자를 옹호해 사건을 은폐하려고 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항변했다.

불법 파업.시위 등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이석행 위원장은 따로 보낸 서한에서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모든 것은 저의 책임입니다.

제가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겠습니다.

국민의 편에서 투쟁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6일 집행부 임원과 면담에서 총사퇴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으나 지난 8일 돌연 태도를 바꿔 변호사를 통해 사퇴서와 서한을 보내왔다고 민주노총은 전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중앙집행위원회 회의를 열어 새 위원장 선거전까지 노조를 이끌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논의할 계획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중집위 회의에서는 비대위 위원장 선출과 올 연말로 예정된 위원장 선거를 앞당길지 여부 등이 집중적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전성훈 기자 jangje@yna.co.krcielo78@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