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집행위에 `총사퇴, 비대위구성' 안건 올려

'성폭력 파문'으로 최악의 위기상황에 내몰린 민주노총이 `지도부 총사퇴'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8일 알려졌다.

민노총 지도부가 이번에 총사퇴를 하게 되면 지난 1995년 출범 이래 세번째다.

민주노총 이용식 사무총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도부 총사퇴와 관련해 (6일) 이석행 위원장과 면담한 뒤 어제 소집된 긴급회의에서 '임원 총사퇴'와 '비대위구성'을 9일 중앙집행위원회에 안건으로 올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사무총장은 "조직과의 상의 없이 지도부 사퇴 여부를 공개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사실상 총사퇴 절차를 밟고 있다고 해석하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나 이번 사태가 이 위원장이 경찰에 검거된 뒤 발생했고, 현재 구속수감 중이라는 점을 들어 지도부 총사퇴에 이 위원장은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의 이번 발언은 성폭력 파문이 불거진 이후 민노총 안팎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된 지도부 총사퇴 여부에 대한 사실상의 공식 입장이어서 주목된다.

민노총은 이번 사건이 언론에 공개되자 지난 6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피해자측에 사죄를 표하면서도 지도부 총사퇴와 관련해서는 명확한 입장 표명을 유보해왔다.

민노총 지도부의 이런 방침은 이 위원장을 제외한 8명의 임원 가운데 허영구 위원장 등 5명이 개별적으로 이미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해 더 이상 지도부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2005년 산하 자동차노조들의 비리와 수석부위원장의 금품수수 사건으로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은 이후 또다시 조직의 도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비판이 조직 안팎에서 잇따르면서 별다른 선택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피해자측이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사건에 대한 노조측의 조직적 은폐 시도와 허위진술 강요 등 각종 의혹을 제기한 이후 노조에 대한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한 것도 총사퇴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도록 한 요소로 보인다.

민노총은 발전파업에 대한 노정 합의안에 대한 책임(2002년)과 수석부위원장의 금품수수(2005년) 등으로 내분과 사회적 비난에 직면하면서 2차례 지도부가 총사퇴한 바 있다.

민노총은 9일 중앙집행위 회의를 열어 상정된 안건을 최종 논의한 뒤 기자간담회를 열어 비대위 등에 대한 회의 결과를 설명할 계획이다.

한편 피해자 대리인인 김종웅 변호사 등은 애초 지난 6일로 예정했던 가해자와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고소장 제출을 피해자 서명 등을 이유로 오는 9일로 연기했다.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cielo78@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