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사이코패스 테스트 `둥둥'..관련 서적도 불티
전문가 "테스트 내용 황당무계" 지적


사건팀 = 회사원 윤모(35) 씨는 최근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사이코패스 테스트' 때문에 아내와 크게 말다툼을 했다.

윤 씨가 "테스트 항목에 `거짓말을 잘한다', `이기적인 성격' 등이 있는데 당신도 사이코패스 기질이 있는 것 아니냐"며 농담조로 한 말이 화근이었다.

연쇄살인범 강호순이 반사회적 행동을 하는 이상성격을 지칭하는 `사이코패스(psycho-path)'로 판정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이후 이와 관련한 성격 테스트가 큰 인기를 얻고 여기서 파생된 공포물이 인터넷에 쏟아지는 등 사이코패스에 대한 관심이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6일 주요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경찰이 강호순이 사이코패스인지를 조사하기 위해 실시한 것으로 알려진 `사이코패스 자기진단 테스트' 항목들이 실제 여부와 상관없이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있다.

테스트는 `거짓말을 잘한다', '감동을 못 느낀다' 등 20개 항목으로 구성된 단답식과 `산타클로스가 아이에게 자전거를 선물했지만 아이가 전혀 기쁘지 않은 이유는' 등의 10여개 질문에 답하는 서술형 등으로 다양하다.

이들 항목을 직접 풀어보면 자신이 강호순과 같은 사이코패스인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인데, 이런 내용이 인터넷을 통해 빠른 속도로 전파되면서 직장과 학원 등에서는 삼삼오오 모여 테스트를 하는 모습이 심심찮게 목격되고 있다.

박모(30) 씨는 "직장에서 동료와 사이코패스 테스트를 해 봤는데 질문에 다소 섬뜩한 내용이 많이 있는 것 같았다.

그래도 다행인지 나는 사이코패스가 아니라는 판정이 나왔다"고 말했다.

사당동에 거주하는 주부 김모(40) 씨는 "초등학교 3학년인 딸 아이가 밑도 끝도 없이 `엄마가 도둑인데 집주인이 엄마를 보고 장롱 속에 숨으면 어떻게 할 거야?' 라고 물어 당황했다"며 "나중에 알고 보니 인터넷에 떠도는 `사이코패스 테스트' 문항이었다"고 말했다.

이 질문에서 "문을 부수겠다" 등의 답을 하면 정상인인데 "주인이 나올 때까지 장롱 앞에서 기다리겠다"고 답한다면 사이코패스 기질이 다분하다는 것.
이런 테스트가 인기를 끌면서 단순한 호기심 차원을 넘어 공포물의 형식으로 변질된 신종 테스트가 등장하는가 하면 강호순의 살인 수법을 흉내내며 장난치는 학생들의 모습마저 눈에 띈다는 전언이다.

중학교 2학년인 P양은 "친척들과 인터넷에서 사이코패스 테스트를 해 봤는데 괴기스러운 음악과 그림이 나와 무서웠다"며 "일부 친구들은 학원에서 강호순 사건 흉내를 내며 목도리로 목을 조르는 놀이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사이코패스 관련 서적도 불티나게 팔리면서 장안의 지가를 올리고 있다.

`직장으로 간 사이코패스'의 출판사 관계자는 "평소에는 하루 10부 미만으로 주문이 들어왔지만 사건 이후에는 20~30부 수준으로 늘었고 4일에는 100부 이상 주문이 들어왔다"고 소개했다.

`이웃집 살인마'를 낸 출판사 측은 "이 책은 진화 심리학적 관점에서 본 살인 충동에 관한 내용으로 사이코패스와 관련성이 크지 않은데도 강호순 사건 이후 하루 10부 이상 꾸준히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또 한 출판사 관계자는 "문고판 총서 시리즈 중 하나로 사이코패스 관련 책을 기획, 현재 작가를 물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현상과 관련, 연세대 김호기(사회학과) 교수는 "지금까지는 범죄자에 대해 사회적, 개인적 요인의 분석이 많았지만 심리적 측면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았는데 강호순 사건을 계기로 인간 내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인터넷에 나도는 사이코패스 테스트는 대부분 왜곡됐고 일부는 출처도 찾을 수 없는 황당무계한 내용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경기대 이수정(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인터넷상 사이코패스 테스트는 전부 엉터리이고 근거도 없다"며 "테스트는 전문가가 당사자의 성장환경과 전과, 생활상 등을 조사해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하는 것이지 당사자가 직접 자기 자신을 테스트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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