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권희.석희씨 재수 끝에 겹경사

"형이 돌부처같이 앉아서 공부하는데 혼자만 놀 수 있나요?" "동생이 좋은 경쟁 상대였어요"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전교 1, 2등을 다투며 `쌍둥이 수재'로 불리던 일란성 형제가 재수 끝에 나란히 서울대에 합격하는 겹경사를 맞았다.

6일 서울대에 따르면 주인공은 광주 살레시오고를 졸업한 박권희ㆍ석희(20) 형제로, 형 권희씨는 올해 수시모집 특기자전형 자유전공학부 인문계열에, 동생 석희씨는 정시모집 일반전형 경영대에 지원해 각각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작년 입시 때도 서울대에 지원했으나 함께 고배를 마셨다.

또 다른 사립대에 지원해 둘다 합격했지만 만만치 않은 사립대 학비를 감안, 결국 `서울대 재도전'을 택했다.

이들 형제는 작년 12월 중순 서울대 수시 합격자 발표가 나자 가슴이 철렁했다고 한다.

형은 합격 통지서를 받아든 반면 동생은 최종 전형에서 떨어진 것.
합격하고도 동생 때문에 기쁜 내색을 하지 못했던 권희씨는 지난달 31일 동생의 정시 합격 사실을 확인하고서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뒤늦게 기쁨을 만끽했다.

석희씨는 "수시 탈락 후 너무 힘들었는데 형이 옆에서 많이 도와줘서 합격할 수 있었다"고 형에게 공을 돌렸다.

서울대 합격 비결에 대해 이들은 "쌍둥이여서 2배의 효과를 낼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즉 이들 형제는 서로의 경쟁자이자 조언자로서 매일 아침 같은 시각 침대에서 일어나 하루를 시작했고 같이 하루를 마감했다고 한다.

학교에서도 매일 붙어다녔고 서로 다른 책을 사서 번갈아 가며 공부하기도 했다.

이들은 또 작년 11월 서울대 수시 1차 전형에 합격한 뒤 논술.구술 시험문제 정보를 얻기 위해 무작정 강남 학원가에 찾아가 자료를 달라고 한 적도 있다고 한다.

"보통은 자료를 안준다던데 '쌍둥이가 학원도 안다니면서 공부하는게 기특하다'며 자료를 주더라구요.

광주로 내려와 둘이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분석했죠."
박씨 형제가 이처럼 치열하게 공부한 데는 홀어머니 노옥희(48)씨에 대한 효심이 큰 몫을 했다.

"중학교 입학 하루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혼자 남으신 어머니가 힘들게 생계를 꾸리시는 모습을 보고 결심했죠. 다 어머니 덕분이에요.

"
그저 옆에서 믿어만 달라는 두 아들을 지켜보며 늘 안타까운 마음을 금치 못했다던 어머니 노 씨는 "쌍둥이라서 기쁨도 두배"라며 "원하는 대학에 합격해 꿈을 절반은 이뤘지만 앞으로도 성실하게 살아주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이들의 중학교 담임이던 김진 씨는 "(박씨 형제는) 밥 먹을 때 빼고는 거의 책상에 붙어 있을 정도로 공부를 열심히 했다"고 회고했다.

박씨 형제는 "대학에 들어가면 초반에 풀어지기 십상이라던데 더 치열하게 공부해서 각자에게 맞는 길을 찾아가고 싶다"며 공부 욕심을 버리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hanajj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