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오물을 던지지 말아 주세요. "지난 4일 밤 8시께 확성기를 통해 서울 청계광장에 울려퍼진 소리다. 시위대가 계란 등 먹다남은 음식물 쓰레기를 경찰을 향해 무차별 투척하자 경찰이 이렇게 애걸했다. 용산참사 때 숨진 철거민을 추모하는 집회가 매일 저녁 7시 청계광장에서 열리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시위대의 폭력이다. 대부분 언론들은 이날도 시위가 별다른 충돌없이 마무리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사실은 밤마다 경찰이 불법 시위대에 길을 터주고 일방적으로 밀리고 얻어터지는 굴욕의 현장이다.

5일 낮 12시10분께 철거민 사망자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서울 한남동 순천향대병원에서도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유족과 전국철거민연합 관계자들이 용산경찰서 정보과 소속 이모 경사를 장례식장 옆 천막으로 끌고 들어가 15분가량 감금했다. 이들은 이 경사의 머리를 때리고 머리카락을 잡아뜯는 등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1일 집회에선 오물뿐만 아니라 돌멩이가 날아들었고,시위대에 빼앗긴 경찰의 머리보호장비가 박살났으며 도로가 점거당하는 등 명동 롯데백화점 앞 도로는 완전히 난장판이었다고 목격자들이 전하고 있다. 시위대 속에서 "돌 던지지마" "전투경찰이 무슨 잘못이냐"라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폭력을 휘두르며 내지르는 괴성에 금세 묻히고 말았다고 한다. 경찰버스에 불을 붙이고,의경의 옷을 벗겨 때리고,서울 한복판을 무법천지의 아수라장으로 만든 작년 미국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 때와 판에 박은 듯 닮은 꼴이다.

작년 촛불시위대와 맞섰다가 음식물 쓰레기를 뒤집어쓴 경험을 했다는 한 의경은 제대를 했지만 당시를 떠올릴 때마다 영 개운치 않단다. "시위현장에 매일 나가다보니 빨래할 겨를이 없어 오물의 악취를 참고 지내야 했는데 정말 기분이 나빴습니다. 우리나라는 경찰이 왜 이렇게 무기력한지 모르겠어요. "

검찰은 5일 김희관 서울중앙지검 2차장 주재로 서울지방경찰청,서울시 관계자 등이 참여한 불법폭력시위 관련 유관기관 대책회의를 열었다. 경찰과 검찰이 역할을 제대로 해줘야 법과 정의가 살고 경제가 수렁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