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제차 · 귀금속으로 재력을 과시하고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며 계원들을 등쳐 수억원을 가로챈 '한마음회'계주가 구속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와 서초경찰서는 5일 낙찰계 '한마음회'를 운영하면서 계원 수십명에게 100억원 이상 피해를 입힌 이모씨(56 · 여)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2007년 5월~작년 12월 1억~2억원짜리 낙찰계 48개 계좌를 운영하면서 5명으로부터 곗돈 9억7000여만원을 빼돌려 고급차를 구입하거나 생활비로 유용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을 받고 있다. 작년 12월 '돌려막기 및 꺾기'로 계를 파탄내 구속기소된 강남귀족계 '다복회' 계주 윤모씨(52 · 여) 사건의 후속판이다.

◆"너한테만 일확천금을"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100% 확정수익'을 표방하며 피해자들을 사로잡았다. 이씨는 작년 5월 자신이 운영하는 서울 강남 압구정 D금은방 주변 모 한정식집에서 피해자 A씨(48 · 여)를 만났다. 이씨는 "나한테 계를 맡기면 100% 안전하고 연 3~4부(30~40%)이자를 주기 때문에 금방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A씨를 유혹했다.

이씨는 이어 "내가 불입하던 2억원짜리의 기간 20개월 낙찰계 1계좌가 있는데 3개월간 불입한 원금 2650만원을 일시불로 나한테 주고 사면 당장 345만원의 이자수익을 준다"며 "게다가 20회 마지막까지 계금을 입금하면 총 1억4000만원을 내고 2억원을 타게 되는 셈이니 6000만원이 거저 들어온다"고 감언이설을 했다.

속아 넘어간 A씨는 즉각 2650만원을 이씨가 요구한 계좌로 보내는 등 작년 12월까지 1억5929만원을 쏟아부었다. 이 돈은 결국 이씨의 귀고리 반지 등 호화 귀금속 구입 용도로 모두 증발했다.

이씨는 A씨 외에도 모든 피해자들에게 '너만 특별히 돈을 벌게 해주겠다'며 유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낙찰계는 돈을 타가는 순서에 따라 수익률이 다를 뿐 결국 전체 기간에서 통틀어 보면 '제로섬 게임'이다. 이씨는 심지어 계원이 부족하자 가공 인물을 계원으로 만들어 허위 낙찰계를 조직한 사실도 확인됐다.

◆"나 이런 사람이야"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호화 귀금속으로 치장하고 벤츠S500 등 외제승용차 등을 과시하며 '나처럼 될 수 있다'고 행세했다. 심지어 이씨는 자신이 정계 고위 인사와 두터운 인맥을 갖고 있다는 점도 부각시켰다. 이씨는 작년 6월 다른 피해자 B씨(63 · 여)를 자신이 운영하는 D금은방으로 불러들여 김대중 전 대통령,고건 전 국무총리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면서 마치 정치인들과 친분이 있는 것 처럼 행세했다.

이씨는 "내가 3개월까지 불입하던 2억원짜리 기간 10개월 낙찰계좌와 4개월까지 불입하던 2억원짜리 기간 20개월 낙찰계좌를 넘겨받으면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B씨 역시 그 자리에서 두 계좌 선불입금 8281만원을 건넸으며,작년 10월까지 총 2억1713만원을 송금했다. 이씨는 현재"(고소인 5명 모두) 스스로 가입한 거지 내가 권유한 사실은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