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도 일자리 나누기가 고용불안 해소로 이어질 수 있다면 열린마음으로 토의할 수 있다. 노동단체도 사회단체로서 국민에게 안정감을 주는 역할을 할 시기라고 본다.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 "세계적 경제위기 속에서 구조조정 등으로 고용을 줄이는 게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이럴 때 가만히 보고만 있는 것은 죄를 짓는 것과 같다. "(이수영 경총 회장)3일 여의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노사민정 비상대책회의'는 위기 극복을 위한 각 경제주체들의 각오와 기대감,긴장감으로 가득했다. 노사정과 시민 · 사회단체,종교계,사회원로 등 사회 각 주체들은 위기극복을 위한 고통분담에 뜻을 같이하고 이른 시일 내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내기로 했다. 노사민정 대책회의에 불참한 민주노총에 대해서도 참여토록 계속 설득하기로 했다.

◆고통분담,어떤 합의 이뤄낼까

이날 대책회의에선 노사정을 비롯해 사회 · 종교단체들이 고통을 분담,일자리 유지 문제를 논의키로 한다는 데 만장일치로 동의했다. 대책위는 선언문에서"미국발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국내 경제가 위기에 직면했다는 인식을 같이 한다"며"상당기간 경제 위축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 등 고용 사정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각 경제 · 사회주체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역할을 분담하고 실천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장석춘 노총 위원장은"지금 근로자들이 체감하는 위기의 규모가 대단하다"며 "노동단체도 열린 마음으로 일자리 나누기 등을 논의할 수 있고 국민 모두가 이번 기회에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영 경총 회장도"지금 일자리가 가장 중요한 문제이고,일자리 지키기엔 노사 간 고통분담이 핵심인 만큼 고통분담을 통한 일자리 지키기로 논의를 집중하자"고 화답했다.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앞으로 (고통분담 노력이) 사회 지도층만의 선언으로 끝나지 않고 국민들이 위기극복 움직임에 적극 동참할 수 있도록 만들자"고 언급했다.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도 "노사정,노사민이 모두 합심하자"고 거들었다.

◆현실적인 결과 도출까지 산 넘어 산

노사민정 대책회의는 당장 4일부터 1차 실무회의를 시작,릴레이 회의를 거친 뒤 2월 말까지 최종 합의문을 도출한다는 방침이다. 일단 노사정과 종교단체,사회단체까지 뜻을 같이한 만큼,얼어붙은 고용시장에 숨통을 터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노사민정 대타협이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효성 있는 결과를 도출하기까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대규모 사업장을 장악하고 있는 민주노총이 불참한 상황에서 노사민정의 고통분담 합의가 산업현장에서 얼마나 구속력을 지닐지 미지수다.

이와함께 구체적인 실천프로그램을 단기간에 만들어 내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제다. 또 상급단체의 리더십 확보도 필수적이다. 1993년 봄 한국노총과 경총 간에 우리나라 최초의 사회적 대타협이 이뤄진 적이 있지만 산하노조의 반발로 그 다음 해부터 무산된 전례도 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