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은 졸업의 달이다.

하나의 과정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것을 향해 나가는 달이다. 대학을 졸업하는 경우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사회로 새 발걸음을 내딛는다. 그러나 요즘 대학의 졸업은 그렇게 만족스런 결실과 희망찬 시작의 계기가 되지 못한다. 워낙 취업이 힘들기 때문이다. 통계에 의하면 2007년도에 4년제 대학졸업자 약 28만명 중 취업을 한 사람은 17만명이 채 되지 못한다. 이 숫자는 금년에는 분명히 더 줄어들 것이다.

왜 이렇게 취업이 안 되는가. 물론 청년들의 일자리 숫자가 절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이 큰 원인이다. 극심한 경기침체를 맞아 금년에 우리 경제가 5년 만에 다시 일자리 숫자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20대 청년의 경우만 보면 이미 2001년부터 일자리 숫자가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왔다. 반면에 진학률의 지속적인 증가로 대학 졸업자 수는 늘어났다. 그러니 취업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지만 기회를 얻지 못하고 백수가 되는 숫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일자리가 없어서 모두 비자발적으로 백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작년 하반기 인력수요 조사결과를 보면 사람이 필요했으나 채우지 못한 일자리가 전부 9만개이고 이 중 2만여 개는 대학졸업자가 갈 수 있는 자리로 추정된다. 그런데 자리를 채우지 못한 이유를 보면 기업 규모별로 차이가 난다.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경우 '취업지원자가 없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1위인 반면 대기업의 경우 '직무능력을 갖춘 지원자가 없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1위였다. 즉 중소기업에서는 지원자 자체가 없어 못 뽑았고 대기업에서는 쓸 만한 사람이 없어 못 뽑았다는 말이다. 뒤집어 말하면 지원자들이 중소기업은 원서도 안 내고 모두 대기업만 노리고 있었다는 말이다.

취업희망자 입장에서 보면 자기가 원하는 일자리가 없으니 비자발적 실업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르나 원하는 자리가 아니면 가지 않아서 발생하는 실업은 자발적 실업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청년실업은 비자발적이면서 자발적인 실업이다. 이중적이다.

현실을 좀 더 들여다보면 문제가 여간 심각하지 않다. 갈수록 벌어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그리고 사회적 인지도의 차이 등으로 대학졸업자 대부분의 관심은 종업원 300인 이상의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기업에 쏠려 있다. 또한 그 중에서도 연봉이 높은 금융 관련 혹은 관리 직종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한마디로 기대연봉이 높은 것이다. 이들의 기대연봉은 대략 2500만원에서 3000만원 정도다. 그러나 실제로 이 정도의 기대연봉을 맞출 수 있는 일자리는 전체의 10% 정도이며 그 중에서도 인기직종은 1~2%에 불과하다. 반면에 현재 평균 대졸 초임은 2000만원 남짓으로 추정되며 실제로는 1000만원대 일자리도 매우 많다. 결국 현실은 2000만원인데 눈높이는 3000만원 가까이 맞추어져 있는 것이다.

현실이 3000만원짜리 일자리를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을 때까지는 눈높이를 일단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일자리 정보를 정확히 전달해 허상을 지워야 한다. 이를 위해서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이 함께 모일 필요가 있다. 그 자리에서 매년 채용규모와 요구되는 직무능력 및 급여 수준을 취합하여 공신력있는 기구가 발표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음으로 백수로 지내는 비용을 높여야 한다. 대학 졸업 후엔 취업에 관계없이 집에 하숙비를 내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필자의 한 대학원생 제자는 3개월마다 아버지로부터 생활비 지급을 청구하는 내용증명을 받는다고 한다. 그 때마다 자신이 얼마나 비싼 생활을 하고 있는지 자각하고 공부를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고 말한다. 자식의 선택을 존중해주지만 그 비용은 스스로 치르도록 하는 아버지의 현명함이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