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우려 지역 고성능 CCTV설치 의무 필요
경기경찰, 부족한 경찰력 대안 CCTV 설치


경기서남부지역 부녀자 7명 연쇄살인범 강호순(38)을 검거하는데 일등공신이 도로에 설치된 CCTV였던 것으로 경찰수사에서 밝혀지면서 CCTV의 가치가 새롭게 평가되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CCTV가 개인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주장보다 범죄예방과 범인검거에 효과적이라는 쪽에 무게가 좀더 실리게 됐다.

특히 범인 검거에 CCTV가 결정적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 경찰이 자치단체 등과 협조해 차량번호를 판독할 수 있는 신형 디지털 CCTV를 확대설치하기로 해 앞으로 CCTV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 24시간 범죄추적자 'CCTV' = 연쇄살인범 강을 검거하는데 결정적인 수사단서를 제공한 안산시 건건동 도로에 설치된 CCTV.
2006-2007년 화성과 수원 등지에서 부녀자 연쇄실종사건이 발생하자 경찰이 안산시에 예산을 요청해 군포 여대생 A씨 실종 40일 전인 2008년 11월 9일 설치한 신형 디지털 CCTV다.

차량번호자동인식시스템(AVI)을 갖춘 이 CCTV는 주.야간에 도로를 지나가는 차량의 번호를 정확하고 선명하게 촬영, 차량의 운행시간과 운행구간 등의 정보를 한달 이상 저장한다.

주도면밀한 사이코패스 강호순도 A씨를 군포에서 유인해 안산으로 이동하다 CCTV에 차량이 찍혀 경찰 추적을 받기 시작했고, 자신의 집 주변에 설치된 방범용 CCTV 때문에 거짓 알리바이가 들통나 버렸다.

만약 이 CCTV가 설치되지 않았거나 범죄발생 이후에 설치됐더라면 연쇄살인범 강을 영영 잡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아찔한 생각이 들게 한다.

그러나 CCTV가 이미 설치됐더라도 아날로그 방식의 구식 CCTV였더라면 강을 검거할 수 있었다고 장담할 수 없다.

CCTV는 한대당 수십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가격대만큼 해상도가 천차만별이라 어떤 CCTV냐에 따라 수사활용 가치가 달라진다.

아날로그 CCTV는 화소수가 7만-27만 정도에 그쳐 화질이 선명하지 못하다.

그래서 범죄차량이나 범인의 모습을 촬영해도 번호판이나 얼굴 모습 등 수사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

예비범죄자들에게 심리적인 부담을 줄 수 있어도 수사상은 '무용지물'인 셈이다.

이번 경기서남부지역 부녀자 연쇄살인사건의 경우 경찰이 2006년 12월에서 이듬해 1월 3일 발생한 실종사건을 수사하면서 도로 이동 차량을 조사하려 했지만 화성의 한 도로에 설치된 CCTV의 화질이 너무 나빠 차량번호를 확인하지 못해 낭패를 경험했다.

이 일 이후 경찰은 구형 아날로그CCTV를 경찰수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신형 디지털CCTV로의 교체를 적극 추진했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발생이 우려되는 특정한 지역이나 건물에는 수사에 도움을 줄수 있는 고성능 CCTV설치를 의무화하는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부족한 경찰력 대안은 CCTV" = 경기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일 현재 경기도에 설치된 방범용 CCTV는 총 1천861대.
이 가운데 차량용 CCTV는 180대이고 주택가 방범용은 1천681대다.

연도별로는 2003년 45대, 2004년 7대, 2005년 39대 였던 CCTV가 2006년 296대, 2007년 339대로 급증했다 2008년도에는 전년보다 3배 이상 많은 1천129대로 늘었다.

부녀자 연쇄실종사건이 빈발하자 경기경찰청이 도내 31개 경찰서에 지시를 내려 지자체와 협의해 CCTV를 최대한 많이 설치하도록 독려했기 때문이다.

이 기간에 경찰서장과 생활안전과 담당자들이 시청과 군청을 찾아다니며 예산확보를 끈질기게 부탁한 덕에 지난해 CCTV 설치대수가 1천대를 넘어선 것이다.

경기경찰청은 올해도 시.군비 지원 1천133대, 경기도청 지원 585대 등 총 1천718대의 CCTV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특히 화성동부 49대, 화성서부 118대, 안산단원 129대, 안산상록 150대, 군포 20대, 안양 157대, 수원중.남부 각 8대 등 강력범죄 발생이 빈번한 경기서남부 지역에 올해 총 설치대수의 37.1%인 639대가 집중 설치된다.

양적으로만 CCTV의 설치를 늘리는 것이 아니다.

수사에 필요한 CCTV의 필요성을 절감한 경기경찰청은 2007년 CCTV 설치기준을 마련해 신규 또는 노후 CCTV 교체 설치시 반드시 기준을 지키도록 했다.

사물을 판독해 수사자료에 활용할 수 있게 주택가 방범용 CCTV는 41만 화소 이상, 저장용량 30일 이상, 광학 30-35배 줌 성능을 갖추도록 했다.

도로에 설치하는 주행차량용 CCTV는 145만 화소 이상, 180일 이상 저장용량, 광학 10배 줌 기능을 갖춰 범죄발생후 범죄자를 추적하는 첨병 역할을 하도록 했다.

여기에 경찰의 취지를 십분 이해한 지자체에서도 대당 1천500만원에서 4천만원에 이르는 고가 신형 디지털 CCTV 설치에 적극적인 도움을 주었다.

이 같은 기준안 덕에 2007년 이후 설치된 CCTV는 수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먹통'이 아니라 강호순 검거에 일등공신이 된 건건동 CCTV처럼 '똑똑한' 최신 디지털 제품이다.

경찰은 예전에 설치한 아날로그 구형 CCTV도 점차 신형 디지털 CCTV로 교체하는 등 디지털 CCTV의 설치를 경기도내 전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경기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치안수요에 비해 경찰력이 턱없이 부족한 경기도에서 범죄를 예방하고 범인을 잡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도내 곳곳에 CCTV를 설치하는 것뿐"이라고 CCTV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안산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hedgeho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