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아란 풀밭에 이 몸 뉘어 주시고 고이 쉬다 물터로 주 나를 이끌어주네.."

연쇄살인범 강호순에게 살해당한 여대생 연모(당시 21)씨의 장례미사가 3일 오전 9시 수원시 금곡동 상촌성당에서 유족들의 눈물 속에 치러졌다.

이날 미사에는 2년 가까운 연씨의 실종기간 동안 유족과 함께 연씨의 무사귀환을 빌던 이웃 주민들과 성당 신자들이 참석해 예배당 안을 가득 메웠다.

검은 천으로 덮인 관이 예배당 안으로 들어오자 이들의 입에서는 낮은 탄식이 흘러나왔으며 연씨의 부모와 친척들이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뒤따라 입장했다.

특히 전날 딸의 유골을 국과수에서 넘겨받아 빈소로 돌아온 뒤 통곡하다 수차례 정신을 잃었던 연씨의 어머니는 눈물마저 말라버린 듯 창백한 얼굴로 연씨의 영정만 물끄러미 쳐다봐 주위 사람들을 걱정케 했다.

장례미사를 집전한 신부는 "이 자리에 참석하신 많은 분들이 꽃다운 여대생의 부당한 죽음으로 세상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클 것으로 짐작한다"며 "그러나 이 세상에서 힘들었던 사람이 하느님의 세상에서는 복된 삶을 살 수 있을 것으로 믿자"고 유족을 위로했다.

유족의 슬픔은 그러나 신부가 미사 절차에 따라 성수와 향을 연씨의 관 위에 뿌리면서 고조에 달했다.

애써 덤덤하게 딸의 마지막을 배웅하려던 아버지는 끝내 입술을 깨물고 눈가에 맺힌 눈물을 훔쳐냈으며 이를 지켜보던 연씨의 친구들도 붉어진 눈시울을 감추지 못했다.

연씨의 한 친구는 "사진 속에 저렇게 환히 웃는 친구가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며 가슴을 쳤다.

기도와 묵념으로 미사가 모두 끝난 뒤 연씨의 시신은 "용서로 죄사함의 희망을 달라"는 내용의 찬송가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운구차로 옮겨졌다.

연씨의 시신은 수원 연화장에서 화장된 뒤 연화장 내 유택동산에 뿌려진다.

(수원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luc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