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내역.모임 들통 우려..경찰 수사 방향 궤뚫어

경기 서남부 연쇄살인범 강호순(38)이 마지막 7차 살인 이후 독신자 모임에서 만난 여성을 감금했다가 범행이 탄로날까봐 살해하지 않고 보내준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

강호순은 모임 회원들에게 얼굴이 알려진데다 범행 뒤 경찰 수사에서 이 여성과의 통화내역이 조사나 주변 인물 수사에서 용의선에 오를 것을 우려해 범행을 실행에 옮기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그의 치밀한 범죄성향을 다시한번 입증했다.

경기경찰청 수사본부 박학근 본부장은 3일 수사결과 발표에서 "강호순이 마지막 7차 범행(2008년 12월 19일)이 있은 이후인 지난해 12월 31일 생활정보지 '독신자 모임'에서 만난 김모(47.여) 씨를 감금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 감금죄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강은 군포지역에서 무가로 발행되는 생활정보지에 올려진 독신자 모임 코너에 김씨가 남긴 전화번호를 보고 연락해 안양시에서 이날 처음 김 씨를 만났다.

이날은 마침 연말이라 독신자 모임 회원 9명이 송년회를 겸해 자리를 함께 했으며 강 씨의 얼굴과 신분이 자연스럽게 노출됐다.

강은 모임이 끝난 뒤 김 씨와 함께 시흥시 월곶으로 자리를 옮겨 술을 함께 마시고 "연애한번 하자. 모텔로 가자"고 집요하게 요구하다 김 씨가 뿌리치자 에쿠스 승용차 안에 새벽까지 6시간 동안 내리지 못하게 감금했다.

이 사건은 7명을 살해한 강의 범죄 전력으로 미뤄 살인으로 이어질 뻔 했으나 강은 자신의 얼굴이 다른 회원들에게 이미 알려져 있고 김 씨와의 통화내역이 남아 있다는 점을 알고 범행을 포기했다.

그는 경찰조사에서 "통화내역이 있으면 잡힐 수 있다는 것을 그동안 수사 압박을 통해 자연스럽게 인식하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는 강이 부녀자 7명 연쇄살인의 범행동기를 "여자만 보면 살인충동을 제어할 수 없었다"고 진술한 것과 배치된 것으로 강의 치밀한 범죄성향을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다.

경찰은 강의 통화내역 수사과정에서 김 씨를 찾아 설득한 끝에 피해자 진술을 받았고 이를 토대로 강으로부터 자백을 이끌어냈다.

아울러 안산시 팔곡동 강의 집에서 여성편력 소설, 관상 서적, 심리분석서가 발견돼 그의 엽기적인 연쇄살인 행각과 연관지을 수 있는 범죄 수업을 위한 것이 아닌가 주목되고 있다.

서적 중에는 20년간 여자 1천명과 성관계를 가진 제비족의 실화를 다룬 소설 '뻘', 얼굴 인상으로 성격을 알아보는 '관상보감'과 '한 눈에 사람을 알아보는 107가지 비결', 교통사고와 보험금 수령에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이는 '교통사고의 법률지식' 등이 포함됐다.

(안산연합뉴스) 김경태 이우성 기자 kt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