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영체제 돌입안 마련

경제 불황으로 방송 광고 시장이 최악의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MBC가 인력의 20%를 감축하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선다.

MBC는 2일 오전 엄기영 사장 주재로 경영전략회의를 열어 인력 감축, 급여 삭감 등의 구조조정을 골자로 한 비상경영체제 돌입안을 결정했다고 이날 밝혔다.

구조조정안은 2015년까지 현재의 인력을 20%가량 줄이는 방안을 담고 있다.

상반기 중에 의무 안식년제를 도입하고 대규모 명예퇴직을 실시할 방침이며, 핵심 역량 위주로 조직을 개편해 전체 조직을 외환위기 직후 때보다 더 작은 규모로 줄일 계획이다.

또 상여금의 상당 부분을 연말 경영 성과에 따라 지급하고, 각종 복리후생비도 잠정 중단하거나 지급 한도를 대폭 줄일 예정이다.

인건비 조정을 통해 절감되는 비용은 콘텐츠 제작에 투입키로 했다.

MBC는 구조조정안을 마련하게 된 배경에 대해 "광고 시장의 위축이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지속적인 성장과 프로그램 경쟁력의 우위를 지키려는 조치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MBC는 강도높은 구조조정과 함께 프로그램 혁신 방안도 마련, 뉴스, 시사교양 프로그램은 공정성을 한층 더 강화하고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등은 창의적 재능이 발휘될 수 있도록 조직과 인력을 재배치하기로 했다.

또 퇴출시스템을 도입해 경쟁력이 떨어지고 시청자가 외면하는 프로그램은 생존할 수 없도록 할 방침이다.

아울러 신성장 동력과 수익원 발굴을 위한 '미래전략위원회'를 신설하고, 신규 사업 진출과 함께 세계적인 미디어 그룹과의 전략적 제휴도 모색할 계획이다.

엄 사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구조조정 시행과 관련해 뼈를 깎는 아픔이 뒤따르겠지만 내부개혁을 통해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MBC의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다"며 "전 사원의 적극적인 고통 분담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