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에 '리먼 브라더스(Lehman Brothers)'가 아니라 '리먼 시스터스(Lehman Sisters)'가 있었다면 지금 같은 금융위기를 피할 수 있었을까?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2일 다보스포럼에서 열린 금융분과 토론회에서 사회자의 이 같은 질문에 대한 패널들의 답변을 소개했다.

방글라데시에서 소액대출은행인 그라민은행을 운영하는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무하마드 유누스 박사는 만일 여성들이 금융 관행을 주도했다면 지금의 금융위기는 "거의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라민은행은 남성보다 여성에 대출을 많이 해주고 있다.

유누스 박사는 "여성들이 훨씬 조심스러운 편"이라면서 여성들이라면 엄청난 리스크를 떠안음으로써 금융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행위는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인도네시아 최초의 여성 경제학박사 출신인 마리 빵에스뚜 인도네시아 상무장관도 인도네시아에는 "여성들이 보다 신중하고 부패 위험이 더 적다"는 경험적 증거들이 많다고 답변했다.

넬리 크뢰스 유럽연합(EU) 경쟁담당 집행위원도 남성호르몬이 금융시스템 붕괴를 초래한 이유 중 하나라는 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거들었다.

크뢰스 집행위원은 "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에 비해 덜 이기적이고 책임감은 강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여성인 아나 보탱이 경영하는 스페인의 뱅코 샌탠더를 지칭하며 스페인 경제 전반이 무너졌는데도 뱅코 샌탠더는 건전성을 유지해 구제금융을 필요로 하지 않고 있다고 소개했다.

하버드대의 케네스 로고프 교수는 18개월 전 금융 시장의 투명성과 비은행 부문에 대한 규제를 요구했던 사람은 바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였다고 지적했다.

로고프 교수는 "메르켈 총리가 과도한 규제를 바랐던 것이 아니었다. 그는 단지 사리분별력을 지닌 사람이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의 목소리는 남성들에 의해 들리지 않게 됐다"고 강조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경제장관은 "지금 토론회장 모습은 과거의 두가지 결함을 그림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첫째는 지금 세계는 다양성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라는 점이고 두번째는 너무 많은 행동 양식이 존재한다는 점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80명의 고위 경제관료 및 감독당국, 은행 경영진들이 참석한 금융분과 토론회에 참석한 여성은 보탱 뱅코 샌탠더 대표, 크뢰스 집행위원, 라가르드 경제장관 등을 비롯해 6명에 불과했다.

여성들은 이전의 몇차례 인터뷰에서 미래의 금융시스템에는 더 많은 여성이 진출해 보다 책임감이 있고 미래를 내다보는 여성들의 성향과 리스크를 감수하려는 남성들의 성향을 조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세계여성지도자회의의 로라 리스우드는 '리먼 시스터'였다면 금융위기를 피할 수 있었을까라는 질문에 '아니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상적이라면 '리먼 브라더스 앤드 시스터스'가 맞을 것"이라는 것.


(서울=연합뉴스)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