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집회 금지규정 위헌법률심판제청 박재영 판사
"검찰권 강화돼 법원 위기…법원 잘 극복할 것"

촛불집회 재판 중 야간집회를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던 서울중앙지법 박재영 판사(41.사시37회)가 사직서를 냈다.

박 판사는 2일 연합뉴스와 만나 "평소 가진 생각이 지금 정권의 방향과 달라 판사로서 큰 부담을 느껴왔고 정기 인사를 앞두고 법원을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촛불'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국민대책회의 조직팀장 안진걸 씨 재판을 맡은 박 판사는 작년 10월 "헌법은 집회ㆍ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고 국가의 허가를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데 야간집회를 금지하고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만 허용하는 집시법은 헌법에 배치되는 위헌"이라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바 있다.

작년 7월 박 판사는 안 씨의 첫 공판에서 "개인적으로 법복을 입고 있지 않다면 아이를 키우는 아빠의 입장에서…"라고 말문을 흐리며 고심을 내비치기도 했는데 이 때문에 일부 보수 성향 언론으로부터 공격을 받기도 했다.

박 판사는 전경들이 촛불시위 진압을 거부하기로 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전기통신기본법 위반 등)로 기소된 대학강사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한 바 있는데 전기통신기본법에 대해서도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고심하다 법원에 끼칠 부담 등을 고려해 뜻을 접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판사는 "최근 검찰권이 계속 강화돼 법원이 큰 위기를 맞았다고 생각하는데 혼자만 도망친다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하지만 법원에 훌륭한 법관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이를 잘 극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법관으로서 남아 소신껏 판결을 하는 일도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이번 촛불집회 재판 등을 해오면서 사건 하나하나에서 정의를 구하는 것 못지않게 사회 전체적인 큰 틀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박 판사는 "공직에 있는 사람으로서 최근 용산 참사를 지켜보면서 큰 괴로움을 느꼈다"고도 말했다.

그는 오는 23일께 날 예정인 법관 정기 인사 때 옷을 벗고 로펌(법무법인)행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setuz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