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공감대 속 "흉악범죄 집행해야" 주장도
헌재, `보성 연쇄살인범' 6월 위헌 공개변론


경기 군포에서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하면서 사형제 존폐 논란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국내에서는 1997년말 이후로 사형이 집행된 적은 없으며 현재 58명이 사형 확정 판결을 받은 채 수감돼 있다.

주무 부처인 법무부도 사형제 존폐와 관련해 아직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못한 상태이고 정치권에서도 논의만 무성한 가운데 헌법재판소에 연쇄살인 혐의로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전남 보성 70대 어부의 신청에 따라 사형제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이 제청돼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헌재는 6월 이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을 가질 예정이어서 연내 사형제에 대한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 또다시 불 붙는 존폐 논쟁 = 우리나라는 11년 넘게 실제로 사형이 집행된 적이 없어 사실상 `실질적 사형폐지국'의 대열에 합류했지만 최근 군포 연쇄살인 사건과 같이 흉악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사형제의 존폐가 재차 도마에 올랐다.

이번에도 연쇄살인범 강호순이 지금껏 자백한 살인 사건에 대해 모두 유죄 판단이 내려질 경우 사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서 실질적인 범죄 예방 및 처벌 효과를 위해서는 사형제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집행도 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러나 1970년대부터 꾸준히 사형제 폐지 운동이 이어져 국가인권위원회가 공식적으로 사형제 폐지를 권고하기도 했고 15대 국회부터 18대 국회까지 사형 폐지 법안이 잇따라 제출되는 등 사형제 폐지에 대한 공감대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상황이다.

주무 부처인 법무부는 "아직은 명확하게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다"면서 형법 등 87개 범죄에 규정된 사형제에 대한 개정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지만 11년간 사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사형제의 경우 이제는 존폐에 대해 결론을 내려야 할 시점이 아니냐는 의견도 대두하고 있다.

◇ 헌재로 간 사형제 = 헌재에 계류돼 있는 사형제 위헌법률심판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광주고법은 지난해 전남 보성에서 4명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어부 오모(71) 씨의 신청을 받아들여 위헌심판을 제청했다.

오 씨는 2007년 보성으로 여행 온 20대 여성 2명 등 총 4명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고 항소심인 광주고법은 "사형과 무기징역형 사이의 대체 형벌을 마련해야 한다"며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사형제에 대한 헌법소원은 수차례 제기돼 `합헌' 결정이 내려졌지만 법원이 피고인의 신청을 받아들여 위헌심판을 제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헌재는 6월 공개변론을 열고 본격적으로 사건을 심리하며 이해관계인인 법무부도 변론에 앞서 내부적으로 정리한 의견서를 낼 예정이다.

만일 헌재가 그동안의 합헌 결정을 뒤집고 사형제에 대해 위헌 결정을 하게 되면 사형제 존폐 논의에 가이드라인이 생겨 대체입법이 마련된다.

헌재는 위헌 심판을 선고할 때까지 오 씨에 대한 재판이 중지되고 오 씨가 계속 구속돼 있어야 하는 상황을 감안해 결정에 최대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7년 12월 23명에 대해 한꺼번에 사형을 집행한 뒤 11년간 집행을 하지 않아 국제앰네스티(AI)가 분류하는 `실질적 사형폐지국' 반열에 올라 있으며 이번 18대 국회에서는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이 지난해 9월 사형폐지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na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