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키가 또래보다 작아 걱정인 부모에게 겁을 주는 얘기가 많다. 육류 등 고지방식을 지나치게 섭취하면 사춘기가 빨라져 키가 크지 않는다든가,아토피성 피부염 · 알레르기 천식 · 축농증 등이 성장을 지연시킨다든가,환경호르몬이 저신장증의 한 요인이라는 등의 얘기다.

온갖 설에 중심 잡기 어려운 부모들을 위해 '어린이 무럭무럭 키우기' 요령을 유한욱 울산대 서울아산병원 · 진동규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단백질과 칼슘은 Yes,콜레스테롤은 No

단백질은 인체의 약 50%를 차지하는 영양소로 피부 혈액 장기 근육 인대를 형성한다. 성장호르몬 역시 단백질로 콩 두부 등 식물성 단백질은 성장호르몬 촉진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연구돼 있다.

식물성 단백과 동물성 단백 중 어느 것이 키를 키우는 데 유리한지에 대한 정립된 연구는 부족하다. 다만 식물성 단백만으로는 결여된 필수아미노산의 종류가 더 많아 동물성 단백이 필수적이며 상호 보완 차원에서 둘을 고루 먹는 게 바람직하다.

등푸른 생선은 양질의 단백질과 몸에 좋은 불포화지방산(EPA와 DHA),단백질 흡수를 돕는 헴철이 풍부해 성장을 촉진하고 혈관을 튼튼하게 하며 머리가 좋아지게 한다.

육류별로는 쇠고기에 성장기 어린이에게 중요한 라이신 철분 아연이 많다. 돼지고기에는 탄수화물을 에너지로 바꾸는 데 필요한 비타민 B1이 많다. 닭고기는 단백질이 풍부하며 비타민A도 많다.

어떤 육류가 성장에 더 유익하다는 신뢰할 만한 연구는 없다. 육류는 기름기가 많아 비만을 유도하므로 지나치면 안 된다. 따라서 생선을 권할 수 있다.

높은 콜레스테롤 함량 식품(계란 어란 새우 등)은 성호르몬 분비를 촉진해 사춘기를 앞당기고 이로 인해 성장을 정체시킬 우려가 있는 만큼 절제해야 한다. 단 육류나 우유를 많이 먹는 것이 성조숙증의 원인이 된다는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하므로 지나치게 우려할 것은 없다.


◆칼슘은 우유와 멸치로 보충

칼슘은 뼈와 치아를 형성하며 근육운동이나 심장박동 시 생리조절을 하는 중요한 영양소다. 국내 토양은 칼슘의 함량이 낮아 채소만으로 충분한 칼슘을 섭취하기 어렵다. 멸치 같은 뼈째 먹는 생선,우유,치즈,해조류,사골 등으로 칼슘을 보충해야 한다.

칼슘의 섭취를 도우려면 매실(구연산)이나 비타민(특히 D)이 풍부한 음식이 권장된다. 버섯은 양질의 단백질과 무기질이 풍부해 채소와 고기의 장점을 모두 갖췄다.

말린 표고버섯은 햇볕에서 건조시킬 때 비타민D가 대폭 증가해 유익하다. 식이섬유는 유해물질을 배설할 뿐만 아니라 장내 유익균을 활성화시켜 영양소가 빠르고 쉽게 흡수되도록 도와준다. 해조류 현미 보리 고구마 우엉 귤 바나나에 풍부하다. 비타민은 내장기관의 발달을 도움으로 성장의 조력자라 할 수 있다.

◆질병이 성장을 심각하게 위협하진 않아

알레르기비염,아토피성피부염,축농증,천식,중이염,결핵 등이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를 고갈시키고 내분비계에 영향을 미쳐 성장을 방해할 것이란 우려가 있다.

하지만 적절히 치료될 경우 성장호르몬에 영향을 미치는 등의 문제는 거의 없으므로 안심해도 좋다. 그러나 알레르기질환을 치료하는 데 스테로이드를 일시적으로 과도하게 쓰면 성조숙증이 초래돼 성장정체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또 성장호르몬 주사치료를 통해 키를 더 키우려할 경우 아이가 비만이면 성장호르몬이 지방을 태우는 데 집중적으로 쓰이게 돼 성장효과가 상쇄되므로 소아비만 치료가 선행돼야 한다. 환경호르몬이 내분비계를 교란시켜 성장을 방해할 것이란 걱정도 아직 의학적으로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는 상태다.

◆적당한 점프 운동이 성장 자극

운동을 하면 성장판이 자극되어 성장호르몬 분비량이 늘어난다. 성장판이 자극받아야 뼈와 근육의 길이도 같이 늘어난다. 아이들이 천방지축으로 뛰어노는 것은 알고 보면 성장점을 자극하려는 점프운동인 셈이다.

줄넘기,과격하지 않은 농구,가벼운 조깅,맨손체조,수영,댄스,배구,테니스,단거리 질주,배드민턴 등이 키가 크는 데 도움이 된다.

운동하고 나서도 지치지 않아 일상활동을 정상적으로 할 수 있는 강도가 적당하다. 매주 3~4회,한번에 30분 이상 땀이 날 정도로 하는 게 좋다.

스트레칭으로 성장판 가까이 위치한 관절과 근육을 자극하고 주위의 혈액순환을 촉진하면 성장에 큰 도움이 된다. 아침 저녁으로 10분만 투자하면 기대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