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임원 출신 김 모씨(63)는 최근 성형외과를 찾았다. 나이가 들면서 눈 밑에 지방이 축적돼 부쩍 늙어보이는 것은 물론 손자들이 무서워하기까지 해 고민하던 차였다. 김씨는 "절친한 친구가 눈 밑 주름제거수술을 받은 후 한결 부드러워진 인상으로 만족해하는 모습에 수술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체형 및 피부관리를 받는 40~60대 중 · 장년 남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2009년 새해 계획을 조사한 결과 '군살추방과 건강관리'가 '돈 모으기'에 이어 2위로 꼽혔을 정도로 더 이상 외모 가꾸기는 여성의 전유물로 인식되지 않고 있다. 특히 예전에는 이미지를 중요시하던 사업가나 정치인들 사이에서 '은밀히'행해지던 성형수술이 이제는 평범한 사람들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성형외과를 방문하는 환자의 20~30%는 남성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그렇다면 중년 남성들이 '회춘'목적으로 받는 시술은 과연 어떤 것들이 있을까.

보통 남자들은 여자들과 달리 빠르고 티나지 않는 성형수술을 선호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우선 검버섯 이나 주름제거 및 사각턱 교정이 가능한 보톡스는 시술 후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해 중 · 장년층 남성이 가장 선호하는 피부성형이다. 또 처진 눈꺼풀을 제거하거나 볼에 지방을 주입하는 것도 인기가 있다. 눈 밑에 지방주머니를 레이저를 이용해 제거하거나, 필러 주사 한 번으로 편하게 코를 높이는 쁘띠성형도 남성들이 좋아하는 성형시술법이다. 쁘띠성형은 콧대를 세우거나 푹 꺼진 이마나 얇은 입술,흉터 등 원하는 부위에 사용할 수 있고 시술 후 멍이 들거나 붓는 등의 후유증이 없는 것이 장점이다.

보톡스 필러 등 주사요법이 일반적이기는 하지만 얼굴의 주름을 당기거나 미간 또는 이마의 주름펴기 등 중년 여성들이 주로하던 성형수술을 받는 남성들도 늘어나고 있다. 남성형 주름수술은 주름으로 인해 흘러내린 눈꺼풀을 바로 잡아주는 수술이 가장 보편적이다. 얼굴에서 가장 빨리 늙는 눈 주변은 피부 두께가 다른 조직의 4분의 1에 불과하고 피지선이 적어 쉽게 건조하고 계속되는 깜빡임으로 근육층이 접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윗눈꺼풀이 처져 눈을 덮어버리는 상안검 이완증이나 이마의 주름과 함께 피부가 많이 처지는 현상 등이 생겨 화나 보이거나 찌그러져 보이는 인상으로 보일 수 있다. 이런 굵은 주름에는 남는 피부를 당겨 잘라내는 절제술이 최선의 방법으로 꼽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상안검 이완증으로 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

서울 신사동 김지연 성형외과 원장은 "바쁜 사람들은 보톡스 필러를 선택하고 시간이 많은 사람은 수술을 선호한다"며 "부기가 오르는 부담감이 있지만 수술로 주름을 펴는 것이 시간과 비용을 고려할때 더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자에게 안면거상 주름제거술이 부적합 한 건 남자의 피부 혈관이 여성보다 더 풍부하고 조직도 거칠어 부기가 잘 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