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봉담읍 여대생 실종..DNA 대조
1∼2일 6건 사건 18곳 현장 검증

연쇄살인범 강호순(38)을 수사중인 경기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31일 강의 자백 내용을 토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와 여죄를 캐는데 주력하고 있다.

경찰은 강을 상대로 2004년 10월 화성시 봉담읍 와우리에서 실종된 노모(당시 21세) 씨 사건의 관련 여부를 추궁하고 있으나 강은 범행을 부인했다.

경찰은 강의 DNA를 밝힐 수 있는 샘플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내 실종 현장 부근에서 발견된 노 씨 청바지에 남아 있던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정액에서 검출한 DNA와 일치 여부 확인을 의뢰했다.

국과수의 DNA 분석결과는 2월 첫주에 나올 예정이다.

경찰은 그러나 노 씨 청바지에서 확보한 DNA가 2명 이상의 것이 섞인 혼합DNA여서 분석결과가 나와도 용의자가 몇만명으로 압축되는 정도라며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있다.

노 씨는 지난 2004년 10월 27일 오후 8시 35분께 화성시 태안읍에서 귀가 중 봉담읍 와우리 공단정류장에서 내린 뒤 실종됐다.

이튿날 노 씨의 휴대전화와 청바지가 집과 반대 방향 도로변에서 발견됐다.

사건이 발생한 지역은 강의 축사, 또는 다른 사건 범행 현장과 멀지 않은 곳이고 특히 유류품 발견 지점으로 미루어 본 범인의 납치 뒤 이동 장소가 다른 사건 범행이 이뤄졌던 비봉면 방향으로 향하고 있어 관련 의혹을 짙게 하고 있다.

경찰은 "강은 피해여성들의 옷을 태워 증거를 없앴고 시신도 경사지에 매장했으나 노씨 사건에선 피해자 옷을 시신 발견장소 주변에 하나씩 버린 점, 시신을 수풀 속에 버린 점 등 범행 수법이 달라 일단 연관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으나 당시 증거를 확인, 연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2005년 10월 30일 새벽 안산시 본오동 강의 장모 집에서 발생한 화재가 강의 소행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강은 이 화재로 부인이 사망함에 따라 보험금 4억8천만원을 수령했다.

강과 부인은 화재 발생 1-2주 전에 2개의 보험에 가입하는 등 4개의 보험에 가입돼 있었으며 강은 화재 발생 5일 전 혼인신고를 해 보험금을 노린 방화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은 강이 2007년 1월 7일 5차 범행 후 22개월 사이에 수사망을 피해 범행 무대를 다른 지역으로 옮겼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이 기간 전후로 전국에서 발생한 유사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강이 범행 동기를 2005년 부인 사망 이후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전국을 떠돌아 다니며 1년 여를 방황한 이후 여자들을 보면 살인충동을 느꼈다고 진술한 점이 주목된다.

경찰은 범행동기에 대한 추가조사에서 강이 돈 목적은 아니었고 순간순간 자신을 제어하지 못해 범행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또 피해 여성들 가운데 2008년 12월 9일 살해한 여대생 A(당시 21세)씨의 신용카드만 사용한 이유에 대해 그는 1-6차 범행때는 여성을 죽이고 지갑을 뒤져 현금만 빼앗아 썼는데 7차 사건 때는 지갑을 뒤지면서 카드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현장검증을 위해 강이 자백한 7건의 수사자료와 범행 시간, 장소 등에서 모순점은 없는지 대조하는 동선 확인작업을 마무리하는 한편 증거물 유기 등 범행수법에 대한 분석도 계속했다.

현장검증은 2월 1-2일 이틀에 걸쳐 오전 9시부터 여대생 A(21)씨 사건을 제외한 나머지 6건의 범행동선을 따라 실시되며 사건별로 2시간 가량 소요될 예정이다.

1일에는 2006년 12월 살해된 군포시 노래방도우미 배모(당시 45세)씨 등 1~3차사건 피해 여성들의 유인-살해-매장 장소 순으로 각각 3곳에서 이뤄진다.

경찰은 현장검증이 이틀에 걸쳐 실시됨에 따라 이번 사건의 송치일을 검찰과 혐의해 하루 늦은 2월3일 송치하기로 했다.

또 이날 시신 발굴 장소에서 유류품이 더 있는지를 확인하는 등 정밀 재수색을 벌였지만 특별한 성과는 얻지 못했다.

경찰은 강이 지목한 암매장 장소에서 전날 수습된 시신 4구의 신원과 사인을 가리기 위해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부검을 실시했다.

경찰은 부검과 유전자 감식을 통해 시신의 신원을 확인하고 사인을 밝힐 계획이다.

경찰은 또 2007년 1월 살해된 김모(당시 37세)씨 매장장소로 강이 지목한 화성시 마도면 야산은 골프장(9홀)이 들어섬에 따라 이날 골프장 측으로부터 골프장 공사 전 매립지 상태 사진을 확보해 이 사진을 토대로 강에게 매립장소를 지목하도록 한 뒤 시신 발굴에 나서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강이 안양 노래방에서 만난 김씨의 매장장소에 대해서는 지형이 달라져 '나도 모르겠다'고 했다"며 "골프장측과 협의해 시신을 발굴할 방침이나 골프장 조성 과정의 성토와 절토 공사로 3m 정도 복토돼 발굴작업을 하려면 4m는 파야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산연합뉴스) 이우성 심언철 김동규 기자 gaonnu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