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연쇄살인범 강호순(38)이 5차례의 살인 이후 6, 7차 살인을 저지를 때까지 조용했던 1년 10개월 간의 '공백'에 주목하고 있다.

강은 2006년 12월 14일부터 이듬해 1월 7일까지 24일 사이에 5명을 잇따라 살해했고 22개월 뒤인 2008년 11월 9일과 12월 19일에 2명을 더 살해했다.

강호순은 경찰에서 "5차 범행 후 언론에 대서특필되고 경찰 수사가 강화돼 꼬리가 밟힐까봐 더 이상 범행을 저지를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그 기간 경찰의 의심을 피하려고 수원 당수동 농장을 관리하면서 평범하게 생활했다"고도 했다.

그의 말처럼 2006년 12월 노래방 도우미 배모(당시 45세) 씨가 실종된 것을 시작으로 다음달 여대생 연모(당시 20세) 씨까지 닷새에 1명꼴로 부녀자 5명이 잇따라 실종되자 언론매체들은 화성 부녀자 연쇄강간살인사건(1986∼1991년)의 악몽이 떠올렸고 그 여파로 경찰 수사도 강화됐다.

경찰은 일단 강호순의 5차 살인 후 1년10개월 사이에 경기지역에서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은 점으로 미뤄 일단 그의 진술을 수긍하고있다.

이 기간 강호순은 2005년 10월 화재로 숨진 넷째 부인의 명의로 들어놓은 4건의 보험에서 나온 4억8천만원을 수령하고 수원의 한 중고차매매업소에서 어머니 이름으로 고급 승용차를 구입했다.

그러나 경찰은 잔혹한 범행을 단기간에 저질렀다는 점과 끔찍한 죄를 짓고도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사이코패스'의 성향을 엿보이는 점 등으로 미뤄 추가 범행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경찰은 이에 따라 강호순이 수사망을 피해 범행 무대를 수도권 외 지역으로 옮겼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이 기간 타 시.도에서 발생한 유사 사건 리스트를 파악하고 있다.

아울러 강이 자백한 일련의 사건들과는 시기적으로 거리가 있긴 하지만 범행 수법이 유사한 2004년 10월 여대생 노모(당시 21세) 씨 실종사건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조사중이다.

노 씨는 화성시 봉담읍 와우리 버스정류장에서 실종됐다가 16일 만에 5㎞ 가량 떨어진 야산에서 알몸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노 씨 사건이 강호순이 저지른 연쇄살인사건과 범행 수법이 상당히 닮아 있다"며 "그러나 강호순은 노 씨 등에 대해서는 정말 모른다며 부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포연합뉴스) 김도윤 기자 ky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