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이른바 ‘짝퉁 가수’가 모방 대상이 된 가수의 이름을 도용하거나 사칭한 것은 유죄이지만 외모를 따라 하는 것까지는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30일 가수 박상민씨를 사칭한 혐의로 기소된 모방 가수 임모(42)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7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임씨는 2004년 매니저와 전속 계약을 맺은 뒤 수염을 기르고 모자와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등 가수 박상민씨와 유사하게 꾸미고 나이트클럽 등에서 이미테이션 가수임을 밝히지 않은 채 박상민씨의 히트곡을 ‘립싱크’로 공연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1심은 “임씨가 모방 가수임을 밝히지 않고 실제 모방 대상 가수인 것처럼 행세했기에 위법하다”며 유죄를 인정했으나 항소심은 “임씨가 모방 가수라는 점을 밝히지 않고 박상민인 듯 공연한 것은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나 모자와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등 박상민씨와 유사한 외모를 하고 무대에서 공연한 부분은 무죄”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특징적인 행동과 외모를 이용한 행위까지 처벌하는 것은 그 외모와 행동을 만들기 위해 들인 노력과 성과를 보호하려는 부정경쟁방지법의 본래 취지와는 거래가 멀다”고 밝혔다.재판부는 이어 “성명 이외에 박상민의 외양 등은 부정경쟁방지법에서 말하는 영업표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