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범' 강호순(38)의 자백을 이끌어내는 데 '프로파일러(profiler · 범죄심리분석관)'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프로파일링을 비롯한 첨단과학수사기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강씨는 지난 24일 여대생 살해혐의로 체포된 뒤 닷새 동안 입을 꾹 다물고 여죄를 완강히 부인,수사관들의 애간장을 태웠다. 이에 경기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지난 28일 경찰청 범죄정보지원계 범죄행동분석팀의 권일용 경위 등 프로파일러 5명을 긴급 투입,범인과 치열한 심리전을 펼쳤다. 강씨는 자신의 기분에 따라 타인을 대하는 태도가 급변하는 특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하다가도 전혀 다른 일로 기분이 나빠지면 발끈 화를 내곤 한다는 것.경찰은 강씨가 싫어하는 특정 단어는 가급적 피하며 강씨에게 접근하기도 했다. 경찰은 프로파일링 기법을 수사 특성상 구체적으로 공개하진 않았지만 이 같은 강씨의 독특한 심리와 성격을 활용해 자백을 이끌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수시간에 걸친 프로파일러와의 심리전 끝에 강씨는 결국 "말이 통하는 광역수사대 모 형사(프로파일러)를 불러달라"고 했고 이 형사에게 범행 사실을 자백했다.

경찰이 범죄수사에서 프로파일링 기법을 도입한 것은 2000년 2월 서울경찰청이 감식계를 과학수사계로 개편하고 과학수사계에 범죄행동분석팀을 설치하면서부터다. 현재 경찰청 범죄정보지원계 범죄행동분석팀 권일용 경위를 비롯해 지방경찰청에 3~4명씩 총 30여명의 프로파일러가 활동 중이다. 범죄심리학 · 사회학 등을 전공한 프로파일러는 범죄현장에서 구체적인 범행증거를 찾기보다 범죄자의 심리와 행동을 분석,범죄사실을 밝혀낸다. 범죄현장의 특징을 토대로 범인의 성격이나 심리,직업,가정환경 등 개인적인 특성을 추적하는 것이 프로파일링 기법이다.

권 경위는 이번 사건 외 2004년부터 2년여간 13명을 살해한 정남규와 2003년 9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20명을 살해한 유영철에게서도 자백을 이끌어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