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의 성적 원자료를 어느 범위까지 공개할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의 서열화 논란을 의식해 광역단체인 시 · 도 단위까지만 수능 성적을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학부모 단체를 비롯한 학교 현장에선 각 학교 단위까지 공개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교과부 김두용 대학자율화팀 서기관은 29일 "수능 점수 정보는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수험생의 사전 동의를 얻어야 한다"며 "공개 범위와 관련해 내부 의견을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교과부는 수능 원자료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방침이었지만 국회의 요구에 밀려 어느 정도는 공개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로 돌아섰다. 내부적으론 광역단체인 시 · 도단위까지만 수능 원자료를 공개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서울고법은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의 청구에 대해 '수능 점수를 공개하라'고 판결했지만 교과부는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반면 조 의원 측은 최근 5년간 전국 수험생들의 수능 점수를 기초단체인 시 · 군 · 구까지 식별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조 의원실 관계자는 "수험생들의 사전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교과부의 주장은 안병만 교과부 장관이 약속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지역별 학력 격차가 어떤 변수로 인해 만들어졌는지 연구하기 위해서는 기초단체 단위까지 공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부모단체들은 학교 단위까지 성적을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미숙 '학교를 사랑하는 모임' 대표는 "이미 대학들이 암암리에 고교등급제를 시행하는 상황에서 차라리 고교별 성적을 투명하게 공개해 선의의 피해자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형곤 '좋은학교만들기 학부모모임' 대표도 "교사들 입장에선 학력 격차 공개로 곤욕을 치르겠지만 학부모들은 가장 궁금한 정보"라고 강조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정보 공개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이성 정책기획국장은 "고교별 성적 차이가 나는 이유는 학교의 교육과정 때문이 아니라 학부모의 경제력 때문"이라며 "수능 원자료 공개는 서열화만 부추길 뿐"이라고 말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