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용산참사 수사본부(본부장 정병두 1차장검사)는 28일 병원치료를 이유로 조사를 미뤄왔던 이충연 용산4구역 철거민대책위원장(37)을 긴급체포했다. 검찰은 병원 측에서 전치 2주 상처를 입고 치료 중이던 이씨에 대한 퇴원승인서를 넘겨받아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검찰은 체포시한인 30일 오전 12시께까지 조사를 마치는 대로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은 남경남 전국철거민연합(전철연) 의장이 이씨와 수시로 통화하며 망루농성 기획 · 모금 · 연습 · 실행 전 과정을 지휘한 정황을 파악하고 통화내역을 추적 중이다. 검찰은 순천향대 병원 농성자 장례식장에 머물고 있는 남씨에 대한 강제구인 시기도 조율하고 있다.

검찰은 또 6000만원이 모금된 계좌에 대한 연결계좌의 압수수색영장을 이날 오전 발부받아 계좌추적에 들어갔다. 검찰은 6000만원의 용처뿐 아니라 남씨와 이씨가 보상비 등을 조합 측으로부터 더 이끌어내는 대가로 철거민 측에서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전철연 경찰 용역업체 등 사건 관련자 통화내역에 대한 포괄적 분석도 병행 중이다. 전철연 측은 이와 관련,"용산 농성을 위해 수천만원을 모금했다는 검찰의 발표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일부 농성자가 망루에 시너를 뿌렸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화재 발생 약 1분 전 망루 모서리에서 시너로 추정되는 액체가 흘러나오는 장면을 포착한 현장 동영상을 확보해 분석 중이다. 하지만 이 동영상은 남일당 건물 인근 골목 1층에서 망루를 바라보고 찍은 것이라 정확한 상황 판단이 불가능한 상태다. 정병두 본부장은 "망루 모서리가 벌어져 있어 그 사이로 액체가 흘러나오는데 이것이 시너인지 확인 중"이라며 "(경찰이 살수한) 물이 고여있었다면 지속적으로 흘러나와야 되는데 액체가 쏟아지다 말기를 반복하는 것으로 봤을 때 물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밝혔다. 일부 용역업체 직원이 농성자들을 폭행했다는 일부 주장과 관련해서는"(체포한) 농성자 22명이 변호인 입회하에 다 조사를 받았고 어떤 누구도 그런 진술을 한 적이 없는데 어디서 나오는 얘긴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망루 화재의 실체를 밝힐 실마리인 발화지점을 둘러싸고 검찰 수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의 화재 감식 결과에 기대를 걸었지만 국과수로부터 망루가 화재 당시 고열로 완전 붕괴해버려 발화지점을 특정할 수 없다는 결론을 넘겨받았다. 따라서 결정적인 목격자나 채증 장면이 나오지 않는 이상 자칫 사건의 핵심 중 하나인 발화지점이 수사 결과 발표 때까지 명쾌하게 설명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한편 남씨 등이 세입자 측으로부터 투쟁 대가로 자금을 지원받고,재개발조합 측에는 투쟁 무마를 대가로 자금을 지원받는'이중플레이'를 했다는 일부 의혹에 대해 정병두 본부장은 "오늘 오전부터 계좌추적을 시작했기 때문에 확인된 바 없다"면서도 "사실이라면 수사할 필요는 있다"고 밝혔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