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업 과정에서 이른바 '알박기'로 폭리를 취했더라도 적극적으로 그 상황을 만든 책임이 없다면 부당이득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28일 부당이득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47) 등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 보냈다. 울산에서 47㎡의 땅을 소유,관리해 오던 김씨 등은 아파트 건축사업을 추진해 온 I사의 토지 매도 요구를 계속 거절해 I사는 대출을 받고도 공사를 하지 못해 월 6억원의 금융이자가 발생했다. 김씨는 결국 I사에 시가 4400만원짜리 땅을 42배가 넘는 18억5000만원에 팔아넘겨 시세보다 현저한 차익을 남기는 이른바 '알박기' 혐의로 기소됐다.

대법원은 "김씨 등은 주택건축사업이 추진되기 오래 전부터 땅을 소유해왔으며 I사의 제안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큰 이득을 얻은 것일 뿐 I사가 궁박한 상태에 빠지게 된 데에 적극적으로 원인을 제공했다거나 상당한 책임을 부담하게 했다고 볼 증거가 없으므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다시 심리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1심은 "I사는 해당 부동산만 확보 못해 궁박한 상태였는데 김씨가 마지막까지 계약을 미루며 I사를 압박하다 현저한 부당이득을 얻었다"며 징역 1년을 선고했고 2심도 같은 취지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