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참사'의 직접 원인인 망루 화재의 실체를 밝힐 실마리인 발화지점을 둘러싸고 계속 의문이 제기되면서 이 부분에 대한 수사가 미궁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발화지점은 망루 화재를 촉발한 불씨가 화염병이라고 잠정 결론을 내린 검찰의 수사에 대한 신뢰성을 좌우하고, 그에 따라 책임소재까지 가릴 수 있는 중요한 문제이다.

검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의 화재 감식 결과에 기대를 걸었지만 국과수로부터 망루가 화재 당시 고열로 완전 붕괴해버려 발화지점을 특정할 수 없다는 결론을 넘겨받았다.

28일 이 사건 수사를 전담한 서울중앙지검이 그동안 발화지점과 관련해 발표한 내용을 종합할 때 현재로선 화재는 4층짜리 망루의 1층 부근에서 시작됐을 가능성이 크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지난 21일 "망루에 진입한 특공대원이 3층에서 4층으로 농성자를 추격할 때쯤 불이 난 것으로 보인다"며 "시너 같은 인화물질이 비축됐던 망루의 3층 또는 1층에서 화재가 시작된 것 같다"고 밝혔었다.

특공대에 쫓긴 농성자들이 4층으로 밀려 올라가면서 불이 붙은 화염병을 무의식적으로 던졌거나 떨어뜨리면서 불이 났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수사본부 관계자는 24일 "진압에 투입된 특공대원의 진술로는 망루 위쪽으로 추격하고 있는데 어딘지 모르지만 뒤쪽(아래층)에서 불길이 올라와 황급히 망루를 탈출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런 진술로 재구성하면 특공대원이 3,4층으로 추격하던 시점, 뒤쪽에서 불이 시작됐기 때문에 1층 부근이 발화지점일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발화지점이 1층이라면 화염병이 3, 4층에서 지그재그식으로 나있는 계단을 따라 1층까지 굴러갔다고 하기엔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도 "특공대는 불씨가 될만한 물건을 갖고 있지 않았다"고 밝혀 1층 부근에서 불이 났다면 화인인 화염병의 출처에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지난 26일 "망루 안에 있던 농성자가 탈출하기 직전 화염병을 던지고 뛰어내린 것으로 봤다는 특공대원의 진술이 있다"며 화재가 3층에서 났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망루 3층에서 불이 시작됐다면 소화기를 들고 있던 특공대원들이 곧바로 진화하지 않은 점이 의문으로 남는다.

검찰 관계자도 "특공대원의 진행방향 앞쪽에서 불이 났다면 소화기로 진화를 했을 텐데 그렇지 않은 것을 보면 특공대원이 지나간 뒤 공간이 발화지점이 아니겠느냐"고 밝힌 바 있다.

또 현장을 찍은 여러 동영상을 보면 밖에서 불이 크게 보이는 곳은 1층 출입구 쪽인데 화재 직전까지 망루에 근접했던 경찰 컨테이너와 연결해 발화지점을 추론해볼 수도 있다.

화재 전 망루에서 던진 것으로 보이는 화염병으로 경찰 컨테이너 안에서 불이 났기 때문이다.

이 불을 끄려고 경찰 특공대가 컨테이너 밖으로 되 던진 화염병이 시너가 흥건한 망루 출입구 쪽에 떨어지면서 불이 시작됐거나 농성자가 컨테이너 안으로 던져넣으려고 했던 화염병이 컨테이너를 맞고 바닥에 떨어지면서 화재가 시작됐다는 가설도 세울 수 있다.

이 가설이 맞다면 발화지점은 망루 안이 아니라 밖이 되는 셈이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컨테이너 불은 자체진화가 되고 망루 화재와 시간차가 있다"고 말해 특공대가 화염병을 컨테이너 밖으로 되던졌을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시사했다.

그는 이어 "(농성자들이 던진) 화염병이 컨테이너를 맞고 떨어졌다는 증거도 아직 없다"며 "동영상을 자세히 보면 출입구에서 불길이 크게 일어날 때 망루 안쪽에서도 틈새로 불길이 보인다"고 말했다.

발화지점이 망루 안인지 밖인지 아직 확실하지 않다는 게 검찰의 공식 입장인 셈이다.

따라서 결정적인 목격자나 채증 장면이 나오지 않는 이상 자칫 사건의 핵심 중 하나인 발화지점이 수사 결과 발표 때까지 명쾌하게 설명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증폭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hsk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