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귀성길처럼 거북이 걸음을 할 때는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아이디'길손')

"출발한 지 8시간이 넘어 서해대교 근처에 오니 도로공사에서'서해안고속도로 사용자제' 속보를 내보내더군요. "(아이디 해피홍)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한 이번 귀성길은 한마디로 아비규환이었다. 평소 4시간30분 소요되던 서서울~목포(340㎞)가 최대 17시간 걸렸다.

지난 24일 서해안고속도로 통행량은 11만대로 지난해 하루 평균 15만대보다 4만대가량 줄었는 데도 시간은 두 배 더 걸렸다. 이러다 보니 많은 운전자들이 10시간가량 고속도로에 갇혔다가 귀성을 포기한 채 서울로 되돌아가야 했다.

이처럼 서해안고속도로가 사상 최악의 귀성전쟁을 치른 것은 무엇보다 폭설 때문이다. 폭설에 대한 미흡한 대책으로 사태를 악화시킨 도로공사의 책임도 제기된다.

기상청은 설 연휴 시작 이틀 전인 지난 22일 "충청과 호남에 큰 눈이 내려 귀성전쟁을 치를 것"이라고 예보했다. 실제 귀성이 집중된 지난 24일과 25일 새벽 적설 피크 기준으로 서산 24㎝,목포 6.8㎝ 등의 눈이 내렸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해안 지역은 찬 공기가 서해바다를 지나면서 대량의 비구름을 만들어 구조적으로 눈이 많이 내릴 수밖에 없어 서해안고속도로는 '태생적으로' 폭설의 위협을 자주 받을 수밖에 없다.

예견된 귀성전쟁에도 불구하고 도로공사의 비효율적인 대처가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도로공사 측은 "제설작업을 선제적으로 했지만 1시간에 20㎝씩 눈이 쌓여 속수무책이었다"고 해명했다.

특히 지난 24일 저녁 도로공사는 소요시간 예보를 중단한 채 비상 급유차량 준비와 제설작업에 집중했지만 결과는 언발에 오줌누기에도 미치지 못했다.

도로공사는 지난 24일 평소의 세 배가 넘는 장비와 인원을 투입했지만 상당수 지역에선 이미 많은 눈이 내리고 난 뒤였다.

특히 교통대란이 예상되는 병목구간 등에 대한 사전대처가 미흡했다. 충남 당진 지역의 경우,서해안고속도로가 6차로에서 4차로로 줄어드는 병목구간인 데도 불구하고 당진과 서해대교에 최대 30㎝ 가까운 눈이 쌓일 동안 제대로 된 제설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기상청 예보보다 두세 배 이상 많은 눈이 갑자기 왔다"며 "도로에 차가 밀린 상황에서 제설차가 투입되지 못했고 갓길과 휴게로도 차로 가득차 제설차가 지나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한 귀성객은 그러나 "도로공사는 폭설탓만 하면서 통행료는 꼬박꼬박 챙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설을 제대로 못한 휴게소도 교통대란을 키웠다. 서해대교 건너 행담도 휴게소의 진입로와 주차장 내부 제설작업이 지연되면서 오후 2시부터 8시까지 차량진입이 통제됐고,이에 따라 귀성객들이 고속도로 3,4차로에 차를 세워두고 휴게소를 이용하는 바람에 인근 도로 전체가 주차장이 됐다.

해마다 반복되는 서해안 지역 귀성 전쟁에 대해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대해 평소 교통량을 고려할 때 폭설 등의 영향을 적게 받는 호남고속철도 건설을 서두르는 게 효과적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국토해양부는 호남고속철도 광주구간 개통을 당초 예정보다 1년 정도 앞당긴 2014년까지 마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