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고 뭐고 이달 말이면 식량도 연료도 바닥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민족의 명절' 설을 맞아 한국국민 대부분이 가족과 함께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지금 선사의 부도로 이역만리 부두에서 최악의 명절을 보내는 이들이 있다.

한국 해운업체 퍼스트쉽핑 소유의 화물선 골든 프리시아호와 에메랄드 호에 승선해 근무하다 최근 회사가 부도나는 바람에 항만 이용료 등을 내지 못해 인도 항구에 볼모로 잡힌 11명의 한국인 선원들이 그들이다.

파나마 선적 5천t급 골든 프리시아호의 심모(35) 선장 등 한국선원 5명은 지난해 12월16일 입항한 인도 타밀나두주(州) 첸나이 항구에서 벌써 42일째 볼모로 잡혀 있다.

입항 이틀 만에 화물을 모두 내려놓고 출항하려던 이들은 선사인 퍼스트쉽핑이 부도 처리되면서 항만 이용료와 수로 안내료 등을 지급하지 못해 출항허가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한 달 넘게 항구에 발이 묶인 선원들은 나흘에 한 번씩 하는 세수도 밥과 라면으로 때우는 식사도 견딜만하다지만 이달 말이면 그마저도 바닥날 것으로 보여 걱정이 태산이다.

불과 5만 달러 안팎의 비용만 있으면 지긋지긋한 선상 생활을 청산할 수 있지만, 선사는 부도 처리되고 밀린 용역비며 운영비를 받지 못한 용역업체와 현지 서비스 대행업체도 더는 지원을 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선사인 퍼스트쉽핑에 거액을 투자했다가 날린 사모펀드 측도 더 이상의 투자를 꺼리는데다, 용역업체가 배를 운영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골든 프리시아호 이외에도 인도 콜카타와 칠레, 아랍에미리트 등에도 같은 처지의 배가 3척이나 더 있다.

국제 운수노동자연맹(ITF)에 신고해 밀린 대금을 우선 지급도록 하고 배를 떠나면 그만이지만, 건조한지 불과 1년도 안 된 배를 헐값에 처분토록 놔둘 수 없어 볼모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는 게 선원들의 말이다.

선장 심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불과 5천만 원 안팎의 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선원들이 한달 넘게 볼모로 잡혀 있다는 건 국가적인 망신이다.

누군가 나서서 이 사태를 해결해 주기를 바라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요금을 내지 못해 위성전화도 끊기고, 물이 부족해 선원들은 나흘에 한 번꼴로 머리를 감고 세수를 한다.

다행히 인도네시아에서 사뒀던 쌀과 라면으로 버티고 있지만, 이달 말이면 식량도 연료도 끊긴다"고 설명했다.

심씨는 이어 "선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ITF에 신고하면 밀린 대금을 연맹이 우선 갚고 우리는 집에 돌아갈 수 있다.

그러나 이러면 100억 원이 넘는 배가 헐값에 경매에 넘어간다.

이는 국가적 손해이며 망신이지만 이달 말까지 해법이 나오지 않으면 최후의 수단을 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뉴델리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