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 망루 친 직후 불길 솟아"
지붕 해체해 농성자 검거하려고 접근한 듯

검찰이 24일 `용산 참사' 당시 경찰이 특공대 진입을 위해 동원했던 컨테이너가 철거민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던 옥상의 망루와 충돌한 경위에 대해 수사에 착수해 그 결과가 주목된다.

철거민과 시민단체들은 컨테이너가 망루와 충돌하면서 그 충격으로 안에서 불이 났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상황이어서 수사 결론에 따라 경찰의 직접적인 책임론이 대두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본부(정병두 본부장)는 사고 당일인 지난 20일 오전 7시 30분께 경찰 특공대원 3명을 태운 컨테이너가 망루 지붕과 수차례 부딪쳤고 이 직후 망루에 불이 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이 컨테이너를 망루 쪽으로 이동할 이유가 없어 보이는 데도 망루에 근접해 부딪친 것이 화재의 원인이 됐는지를 현장에 있던 경찰관과 무전 교신 기록을 토대로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진보신당이 운영하는 동영상사이트 `칼라TV'는 특공대원이 탄 컨테이너가 망루와 충돌하는 장면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동영상은 망루로 접근한 컨테이너에 있던 특공대원이 센 물줄기를 쏘면서 긴 갈고리 같은 도구로 망루 지붕을 수차례 내려치는 한편 컨테이너가 망루와 부딪치는 장면을 담고 있다.

특히 충돌 직후 망루에 불이 붙는데 발화지점은 1층 출입구 쪽으로 추정된다.

이는 망루 2~3층까지 농성자를 추격했다가 불이 나자 탈출한 경찰 대원들이 "(발화지점이) 어딘지 모르지만 뒤쪽에서 불길이 올라오기에 망루 밖으로 뛰쳐 나왔다"고 앞서 검찰에서 진술한 것과 일치하는 것이다.

불은 순식간에 망루 위층까지 번지고 맨 위층인 4층에 있던 농성자들은 급히 시너통 몇 개를 창문 밖으로 내던지는 장면이 이어진다.

이는 망루 1층으로 진입한 경찰 특공대가 쉽게 검거를 하지 못하자 경찰이 지붕을 뜯어내 망루 4층으로 진입, 위ㆍ아래 양방향으로 압박해 4층까지 쫓긴 농성자들을 검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검찰 관계자는 "현장 감식 결과 망루가 설치됐던 부분에서 깨진 병 조각이 상당히 많이 발견됐는데 이는 망루가 붕괴하면서 병이 바닥에 우수수 떨어져 생긴 조각이라기보다 병을 던져 바닥에서 깨진 조각이라는 게 감식반의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검찰은 경찰 특공대가 망루에 진입했을 때 농성자들이 불이 붙은 화염병 또는 화염병용으로 비축해 둔 소주병을 던지면서 경찰에 저항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진압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고 있다.

검찰은 현재까지 조사한 특공대원과 철거민들은 모두 불이 시작된 장면을 목격하지 못했으므로 이르면 설연휴 직후 나올 화재감식 결과 등을 종합해 발화 경위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을 내릴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차대운 기자 setuz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