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 증여세는 재산이 최소한 수십억원에 달하는 상위 1% 부자들만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쉽다. 상속재산이 10억원을 넘지 않으면 전액 상속가액 공제를 받아 상속세가 부과되지 않으니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재산의 많고 적음과 관계없이 상속 · 증여는 효과적인 세(稅)테크 수단이 될 수 있다. 특히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급락한 요즘 상속 및 증여에 대한 관심이 덩달아 커지고 있다. 자산가치가 하락한 만큼 세금 부담을 줄이면서 재산을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반토막 펀드 고민,증여로 해결

애물단지가 된 반토막 펀드를 자녀에게 증여,절세효과를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원금이 4000만원인 펀드가 30% 이상의 손실을 입어 평가금액이 3000만원 아래로 떨어졌다고 하자.이 펀드를 만 20세 이상의 자녀에게 증여하면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고 종잣돈을 만들어 줄 수 있다. 성년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할 때는 증여가액 중 최대 3000만원이 공제되기 때문이다.

향후 이 펀드의 평가금액이 3000만원을 넘어간다고 해서 추가로 세금이 부과되지는 않는다. 20세 미만의 미성년 자녀에 대해서는 1500만원까지 증여세가 공제된다. 특히 펀드 중에 가입 목적이 자녀의 대학등록금이나 결혼자금으로 쓰기 위한 것이 있다면 이 기회에 증여를 고려해 볼 만하다.

단,증여세 공제 한도는 10년을 기준으로 적용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최근 10년 내에 성년 자녀에게 1000만원을 증여한 적이 있다면 그로부터 10년 동안은 2000만원까지만 추가로 공제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주식도 가격이 떨어졌을 때 증여하면 세금을 줄일 수 있다. 상장주식의 경우 증여일 전후 각 2개월간의 종가 평균액을 증여가액으로 보고 증여세가 매겨진다. 따라서 충분히 가격이 하락했다고 판단될 때 증여하면 된다. 이때 증여일로부터 3개월인 증여세 신고기한을 활용하면 절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펀드나 주식을 증여했는데 증여 이후 주가가 추가로 하락한다면 결과적으로 증여세를 많이 낸 셈이 된다. 이 경우 증여 후 3개월이 지나지 않았다면 증여를 취소하고 더 낮아진 주가를 기준으로 다시 증여세를 신고해도 된다.

◆1주택 부담부 증여,2주택 배우자 공제

주택을 증여하는 경우에는 1세대 1주택이냐,2주택 이상이냐에 따라 절세 전략이 달라진다. 1세대 1주택자이면서 빚을 안고 있는 경우라면 부담부 증여 방식을 택해 볼 만하다. 부담부 증여란 자산을 증여할 때 채무까지 함께 넘겨주는 것을 말한다.

3억원의 채무와 함께 10년 전 2억원에 구입해 현재 10억원인 집을 갖고 있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집을 증여하는 경우를 따져보자.일반 증여를 한다면 증여세는 2억3100만원이 된다. 반면 채무를 함께 넘겨주는 부담부 증여 방식을 취하면 시가에서 채무액을 뺀 7억원만이 증여가액으로 인정돼 증여세는 1억4100만원으로 줄어든다.

2주택 이상을 갖고 있는 경우는 부담부 증여의 절세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 아버지가 집과 함께 넘겨주는 채무만큼 이익을 본다고 인정돼 양도세가 매겨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증여세 절세액과 양도세 부과액을 비교해 증여 방식을 정해야 한다.

대신 2주택 이상 소유자는 배우자 증여 공제를 활용하면 절세가 가능하다. 2주택 소유자가 3년 전 2억원에 사서 현재 4억원이 된 집을 나중에 6억원에 판다면 매매차익 4억원에 2주택자의 양도세율 50%를 곱한 2억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이에 비해 가격이 4억원일 때 배우자에게 증여하고 배우자가 증여 시점으로부터 5년이 지난 후 이 집을 6억원에 판다면 양도세는 1억원밖에 안 된다. 배우자에게 넘겨줄 때의 가격 4억원이 새로운 취득가액으로 정해져 매매차익이 2억원으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배우자에 대한 증여는 6억원까지 공제가 이뤄지므로 증여세는 부과되지 않는다.

◆신고만 제때 해도 10% 절세

상속세와 증여세는 신고만 잘해도 세금을 아낄 수 있다는 점도 알고 있어야 한다. 상속세는 상속 개시일로부터 6개월 이내,증여세는 증여받은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신고하면 세금의 10%를 공제받는다.

반대로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가 불이익을 받는 일도 생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만약 시가가 6억원,공시가격이 4억원인 주택을 상속받았다면 상속가액 공제에 따라 상속세는 부과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감정평가를 받아 시가대로 상속세 신고를 해 두는 것이 좋다. 훗날 이 주택을 팔 때 양도세 부과 기준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상속세 신고를 했다면 상속 시점의 시가인 6억원이 취득가액이 되지만,신고하지 않으면 공시가격인 4억원이 취득가액으로 인정돼 그만큼 양도차익이 늘어나고 양도세 부담도 커진다. 상속을 받아 1세대 2주택자가 됐다면 전부터 갖고 있던 집을 먼저 파는 것이 유리하다. 상속받은 주택을 먼저 팔면 양도세를 내야 하지만 기존 주택을 먼저 팔면 양도세를 안 내도 된다.

피상속인(죽은 사람)이 갖고 있던 재산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상속세 신고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피상속인의 금융재산은 금융감독원 소비자보호센터나 국민은행 지점,삼성생명 고객플라자 등에 가면 일괄적으로 조회할 수 있고 부동산은 시 · 군 · 구청의 지적 담당 부서를 방문해 확인하면 된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