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는 말이 없다. 그래서 유언의 효력을 둘러싼 다툼이 심심찮게 벌어진다. 유언의 요건이 워낙 까다로워 법에서 정한 유언방식에 따르지 않으면 효력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민법은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 △구수(口授)증서 등 5가지 방식에 의한 유언만 인정한다. 가장 많이 이용되는 자필유언은 전문을 유언자가 직접 쓰고 작성한 날짜,이름,주소를 쓴 뒤 서명날인까지 해야 한다. 이 중 하나라도 빠지면 무효다. 워드프로세서나 복사본 유언장도 무효가 되며 날짜에서 연월만 있고 일자가 없어 무효 처리된 경우도 있다.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의 명백한 의사표시가 중요하다. 수술을 받은 아버지가 자식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여 의사를 확인하는 식으로 유언장을 작성한 것에 대해 법원은 유언자가 공증인 앞에서 구두로 진술하지 않았다며 무효 판결한 적도 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공정증서 유언이다. 증인 2명 이상이 참석한 상태에서 유언자와 증인이 각각 서명날인하면 된다. 유언서 원본이 공증인에 의해 보관되기 때문에 분실,위조의 우려가 없고 안전하다. 비밀증서는 유언했다는 사실을 명확히 하고 싶지만 내용은 생전에 비밀에 부치고 싶을 때 이용된다. 유언자가 유언을 작성한 뒤 봉인 및 날인하며 2인 이상의 증인이 필요하다.

유언에서 '증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적지 않다. 박모씨는 전 재산 3000만원을 어린이단체에 기증하겠다는 유언을 녹음 테이프에 남겼으나 증인이 배석하지 않아 뜻을 이루지 못했다. 또 유언에 의해 이익을 받게 되는 사람,즉 이해관계자는 증인 자격이 없다. 인터넷상에서 동영상이나 음성 등으로 자신의 사후 메시지를 남기는 인터넷 유언사이트의 경우 이 역시 자필과 서명 등의 요건에 걸려 법적효력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