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 "회사의 1인 주주 주장 근거 없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자신의 비자금으로 동생이 설립한 회사의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조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됐다.

수원지법 민사9부(재판장 문영화 부장판사)는 노 전 대통령이 "오로라씨에스 소유 부동산을 헐값에 매각해 회사에 입힌 손해 중 28억9천만원을 배상하라"며 조카 호준 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지난 9일 각하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노 전 대통령이 120억원을 맡기면서 관리방법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점, 회사 설립.운영과정에서 동생 재우 씨로부터 보고받은 적이 없는 점, 회사 소유.경영에 관심을 보이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재우 씨는 자신의 판단에 따라 투자.소비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며 "회사의 실질적인 1인 주주라는 노 전 대통령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1998년과 1991년 두 차례에 걸쳐 120억원을 동생 재우 씨에게 맡겼고 재우 씨는 이 돈으로 냉동창고업체 오로라씨에스를 설립했다.

이후 2004년 4월 주주인 재우 씨의 아들 호준 씨가 회사 소유 110억원의 부동산을 자기 소유 유통회사에 매각하자 주주지위 확인 소송과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지난해 6월 서울중앙지법은 노 전 대통령이 재우 씨와 호준 씨, 호준 씨의 장인 등 3명을 상대로 주주지위확인청구 소송을 제기하며 낸 오로라씨에스의 주식처분금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인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정치자금의 성격상 당시 노 전 대통령이 이 돈을 직접 관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그가 재우씨에게 투자처 등을 판단해 돈을 관리해줄 것을 위임했다고 볼 상당한 이유가 있고 박씨는 재우씨에게 이를 재위임받아 회사를 세운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8월 이 회사의 땅 일부를 헐값에 팔아넘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로 기소된 호준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기도 했다.

주식처분 가처분 결정을 이끌어 낸 노 전 대통령의 주주지위확인청구 소송 등의 본안 재판은 서울중앙지법에서 오는 22일과 다음달 4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김경태 기자 kt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