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과 민간기업에서 일자리 나누기와 지키기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공기업은 대졸 사원들의 초임을 낮춰 채용을 늘리고,민간기업은 임금 삭감 등을 통해 고용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신입사원을 거의 뽑지 않았던 공기업들은 초임을 깎아 채용을 늘리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김종신 사장의 지시에 따라 신입 직원의 임금을 낮춰 채용을 늘리는 '잡 셰어링'을 추진키로 했다고 20일 밝혔다. 한수원은 2007년만 해도 상 · 하반기로 나눠 350명 채용했지만 지난해엔 신입사원을 뽑지 못했다. 한수원은 잡 셰어링이 도입되면 채용 인원을 당초 계획인 150명보다 더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도 초임 삭감을 통한 채용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한전도 상 · 하반기로 직원을 채용해왔으나 지난해에는 최고 경영자 교체와 공기업 선진화 추진 등으로 신입사원 채용이 없었다. 한전 관계자는 "임금을 깎으면 어느 정도 추가 채용이 가능한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 대기업들은 불황 타개를 위해 인위적인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기보다 임금을 삭감해 고용을 유지하고 있다.

동부제철 동부하이텍 동부건설 등을 중심으로 한 동부그룹 임직원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자발적으로 임금 반납을 했다. 약 20~30%에 달하는 임금을 반납하는 직원들이 늘어나면서 급기야 생산직까지 자진반납에 나서기도 했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외환위기 시절도 구조조정 없이 이겨냈던 경험을 토대로 일자리를 줄이기보다 비용절감에 나서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이닉스반도체는 지난해 말부터 감산을 시작해 국내에 남아도는 유휴 인력이 1000여명에 달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들을 대규모로 감원하지는 않기로 했다. 대신 김종갑 사장을 비롯한 임원들의 임금을 과감히 줄였다.

노조도 여기에 합세해 복리후생 제도를 한시적으로 없애 비용을 절감하자고 나섰다. 하이닉스 임직원들은 이달 초부터 2주간 무급휴가를 실시하고 잔업을 줄이는 방식으로 일자리를 나누고 있다.

삼성 SK그룹 한화그룹 등 주요 그룹에서는 주요 계열사 임원들의 연봉 반납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은 사장단을 비롯한 임원진들의 연봉을 10~20% 줄이기로 했다. SK그룹도 에너지 텔레콤 네트웍스 등 주력 계열사를 중심으로 임원 연봉의 10~20%를 반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SK 관계자는 "임원들이 고통분담에 앞장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계열사별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그룹은 지난 19일 임원들의 급여 10%와 성과급을 전액 반납하기로 했다.

기아자동차는 지난해 12월부터 혼류생산을 시작해 일감을 나누고 있다. 카니발을 생산하는 경기도 광명시 1공장에서 소형 승용차인 프라이드를 함께 생산하기로 한 것.소형차 수요가 늘고 중대형차 수요가 급감한 시장변화에 맞게 공장운영을 탄력적으로 해 현장 근로자들이 일감을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자동차도 울산 2공장에서 지난 12일부터 혼류생산에 들어갔다.

류시훈/김현예/이정호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