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정신질환이 있는 환자를 입원치료하는 행위는 위법한 감금행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A(55)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전부)승소 취지로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은 2000년 11월 말 부산시내 길거리에 A씨가 술에 취해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만취 상태였던 A씨는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욕설을 퍼부었고 신원을 확인하지 못한 경찰은 A씨를 알코올성 정신질환이 있는 노숙자로 판단해 양산시 소재 병원에 입원시켰다.

병원은 A씨 가족과 연락을 취했으나 가족은 관여하기를 거부했고 A씨가 입원하기 전에 머물렀던 노숙자 구호시설 역시 사건에 개입하기를 꺼렸다.

병원은 A씨에 대해 정신질환이 있어 입원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진단해 치료를 하다 2001년 3월 다른 병원으로 옮겼고 해당 병원 역시 약 1년 반 동안 A씨를 치료한 뒤 퇴원시켰다.

A씨는 615일 동안 불법 감금당해 이 기간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긴 만큼 국가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경찰이 A씨를 입원시킨 것은 경찰관직무집행법 등 관계법령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졌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2심은 그러나 "병원 측은 보호의무자(구청장)의 동의를 받는 절차와 계속 입원치료 심사를 청구하는 절차, 퇴원 심사를 청구하는 절차 등을 위반했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어 "국가는 정신보건 시설의 설치 및 운영에 대한 최종 지도ㆍ감독 의무가 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이는 결국 병원의 불법 행위를 불러온 만큼 국가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불법감금 기간은 132일만 인정했고 정신질환이 있는 A씨에게 노동 능력이 없다고 판단해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불법감금 기간도 A씨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615일을 모두 인정했고 당시 A씨의 나이가 46세였고 알코올성 정신질환 외에 다른 증세가 없다는 점을 들어 "노동능력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지 않다"며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jesus786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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