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1심 깨고 "당첨금은 복권 산 남편 것"

로또 1등에 당첨되는 큰 행운을 안고도 완전히 갈라서 당첨금 18억원을 놓고 다투던 부부의 `2라운드 소송'이 복권을 산 남편의 승리로 끝났다.

서울고법 민사12부(서명수 부장판사)는 A(41) 씨가 옛 부인 B(40) 씨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심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A 씨와 B 씨는 혼인신고는 하지 않고 2001년 결혼식만 올린 채 함께 살기 시작했고 2003년에는 두 사람 사이에 딸도 태어났다.

사실혼 관계로 4년 동안 함께 살던 두 사람은 경제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었고 2005년 8월부터는 별거 상태에 들어갔다.

그런데 2005년 11월 A 씨가 산 네 장의 로또 중 한 장이 1등에 당첨됐다.

신분증이 없던 A 씨는 B 씨를 데리고 은행에 가 당첨금 27억3천만원 중 세금을 뺀 나머지 18억8천만원을 받아 B 씨 계좌에 넣어뒀다.

같은 해 12월 A 씨는 아버지에게 전셋돈으로 보낼 5천만원을 보내달라고 했는데 B 씨는 가족들에게 당첨 사실을 비밀로 하자는 약속을 어겼다며 이를 거절했다.

그리고는 "6억5천만원을 줄테니 나머지는 내 돈이라는 공증을 해 달라. 그렇지 않으면 이마저도 기부단체에 줘 버리겠다"고 했다.

이에 A 씨는 B 씨를 형사 고소하고 돈을 돌려달라며 민사 소송도 냈다.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8부는 B 씨가 A 씨에게 10억원을 돌려줘야 한다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당첨금은 A 씨가 B 씨와 함께 살며 부부 공동으로 쓸 뜻으로 맡긴 것으로 봐야 한다"며 "B 씨가 별거 후에도 딸을 키운 점 등에 비춰보면 당첨금 가운데 10억원을 뺀 나머지는 딸 양육비 등으로 B 씨에게 주려던 묵시적 뜻이 포함돼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A 씨가 B 씨와의 재결합을 기대하며 돈을 맡긴 점이 인정되지만 이런 사정만으로는 A 씨가 증여의 뜻으로 당첨금을 B 씨에게 줬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또한 자신이 복권을 살 돈을 주며 사다 달라고 했다는 B 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수원지법은 작년 11월 1심 결과에 불복한 채 당첨금 일부를 돌려주지 않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B 씨에게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현재 이들의 딸은 법원으로부터 친권을 지정받은 A 씨가 키우고 있고 B 씨는 아직 구치소에 갇혀 있는 신세다.

A 씨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오랜 소송 끝에 승소하기는 했지만 그 동안 너무 큰 상처를 받았고 지금은 씁쓸한 심경일 뿐"이라고 말했다.

B 씨 측은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setuz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