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급수.운반급수 확산, 낙동강에서는 물 분쟁도
정부, 22일 범정부 대책회의 개최


계속되는 가뭄으로 식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댐 저수량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마실 물이 부족해 급수시간이 제한되고 차량을 이용한 운반급수가 확산되고 있다.

낙동강에서는 다이옥신 함유량을 줄일 수 있도록 댐의 문을 열어달라는 요구가 '마실 물조차 부족하다'는 이유로 거부되는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기우제라도 지내고 싶은 절박한 상황이 계속되면서 신규 댐 건설 등 정부가 더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자 정부는 22일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기로 했다.

19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전국에 가뭄이 계속되면서 식수를 공급하는 다목적댐과 용수전용댐, 농업용 저수지 등의 수위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지난 14일 현재 소양강댐, 충주댐, 대청댐, 안동댐, 남강댐 등 전국 15개 다목적댐의 평균 저수율은 40.5%로 1년 전의 67.3% 수준으로 떨어졌다.

다목적댐은 생활용수, 농업용수, 공업용수, 하천유지용수 등을 위해 지어진 댐이다.

특히 섬진강으로 물을 흘려보내는 주암댐과 섬진강댐의 저수량은 1년 전의 절반에도 훨씬 못미치는 45.4%이며 낙동강과 연결되는 안동댐, 임하댐, 합천댐, 남강댐, 밀양댐 등도 1년 전의 절반(49.7%) 수준이다.

생활용수와 공업용수 공급을 위해 건설된 14개 용수전용댐의 저수율도 1년 전의 80% 수준으로 떨어졌고 농업용 저수지는 1년 전의 62.5%로 급락했다.

이 같은 댐의 저수율 하락은 농업, 공업용수는 물론 마실 물 부족까지 초래하고 있다.

실제로 작년 11월부터 강수량이 적은 전남, 경남 등의 일부 산간·도서지역에서는 일정한 시간대에만 물을 공급하는 제한급수와 차량을 이용한 운반급수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 10일 현재 제한급수는 22개 시·군의 2만7천282가구, 운반급수는 15개 시·군의 3천795가구에 대해 이뤄지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작년 가을부터 제한급수에 들어갈 수밖에 없을 정도로 식수문제가 심각해 지고 있다"면서 "이 같은 가뭄이 더 계속되면 봄에는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낙동강에서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되자 이를 희석시키기 위해 안동담에서 50만t은 방류했지만 환경당국의 추가 방류 요구는 거부됐다.

국토부와 수자원공사는 암동댐과 임하댐의 수위가 크게 낮아지는 등 마실 물을 걱정해야 할 상황인데 하천유지용수로 흘려보낼 수는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가뭄이 지속되자 일부지역에서는 4단계로 돼 있는 비상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한강, 금강, 섬진강 등에 대해서는 4단계 대책 중 1단계인 실수요량 공급이 이뤄지고 있으며 낙동강은 2단계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

2단계는 생활.공업.농업용수는 실수요량을 내려 보내되 하천유지용수는 줄여서 내려 보낸다.

국토부는 가뭄이 더 지속되면 3단계(농업.하천유지용수 감량), 4단계(생활.공업.농업.하천유지용수 감량) 대책을 시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런 대책은 물 부족을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어서 정부가 더 적극적이고 신속한 물 문제 해결방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토부는 중장기 댐 건설계획을 재검토해 올해 안에 새로운 계획을 수립한다는 방침이지만 댐 건설기간이 많게는 10년가량 소요되는 것을 고려하면 속도가 늦다.

한편 정부는 한승수 국무총리 주재로 22일 열리는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가뭄 현황을 점검하고 가뭄을 지원하기 위한 범정부적 차원에서의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 자리에는 국토부와 행정안전부, 환경부 등 7개 부처의 장관이 참석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su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