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의 조기발견 여부는 생사를 가를 정도로 향후 예후에 미치는 영향이 천양지차다. 이 때문에 적잖은 돈을 들여 건강검진을 받지만 놓치는 경우가 흔하다. 효율적인 건강검진 항목이 빠졌거나,고통스럽고 불편하다고 해서 필요한 검사를 빼먹거나,한꺼번에 많은 사람을 검진하느라 검사의 질이 떨어진 경우다. 자신이 의사이기 때문에 또는 건강에 해박하다는 자신감이 넘쳐 증상이 있는데도 '내몸은 내가 안다'며 검진을 등한시하다 만시지탄을 하는 경우도 적잖다. 때론 술 담배 스트레스 운동부족에 시달려온 내몸에 무슨 이상이 있을지 짐작하면서도 알아보기조차 겁나 검진을 회피하는 경우가 있다. 검진 시 놓치기 쉬운 암들의 체크포인트를 알아본다.


◆간암

2007년 삼성서울병원에서 시행한 건강검진 결과를 보면 대략 남자의 50%,여자의 25% 정도가 지방간을 갖고 있다. 알코올성 지방간의 10~35%는 간염으로,이 중 30~40%는 간경변으로,또 간경변의 15%는 간암으로 악화된다. 음주와 관련이 적고 비만과 운동부족으로 유발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전체 성인 지방간의 절반을 넘는데 이 또한 간암의 안전지대는 아니다. 우리나라 인구의 6~7%가 앓고 있는 B형 또는 C형 간염바이러스에 의한 간염은 효율적으로 치료하지 않을 경우 발병 후 15년 뒤 간암이 될 확률이 35% 안팎이다.

따라서 지방간 또는 만성간염에서 간섬유화를 통해 간경변으로 이행하고 이것이 다시 간암으로 변하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동안 간섬유화 정도를 평가하기 위해 바이러스성 간염 환자에겐 6개월 단위로 간초음파 검사 및 간암표지자인 알파태아단백(AFP)의 혈중농도를 알아보는 혈액검사를 이용했으나 진단의 특이도(정확도)가 낮았다. 가장 정확한 것은 간조직 생검인데 위험하거나 일부 출혈 경향이 있는 환자는 시행이 불가능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간의 탄력도를 측정해 간섬유화 정도를 평가하는 파이브로스캔(fibroscan) 등이 이용되고 있다. 간초음파로 간암 여부를 알기 어려우면 간 CT(컴퓨터단층촬영)를 찍으면 간조직 생검을 하지 않고도 암 여부를 대개 가려낼 수 있다.


◆위암 및 대장암

건강검진에서 위 · 대장 내시경 검사가 빠지면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그러나 어이없게도 내시경 검사가 무서워 피하다가 암 발견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정기적으로 내시경 검사를 받지 않은 비율은 위내시경의 경우 20~40%, 대장내시경은 40~70%일 것으로 추정한다. 위 내시경이 가급적 초기의 위암을 발견하는 목적을 가진다면,대장 내시경은 대장암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있는 작은 혹(3~5㎜정도의 용종)을 미리 제거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

정기적으로 위내시경을 받는다면 발견 당시의 위암은 80% 이상이 조기위암이다. 2007년 삼성서울병원 건강검진의 경우 발견한 위암 중 91%가 조기위암이었다. 조기일 경우 90% 이상이 수술로 완치된다. 수년 후 위암이 될 수 있는 위선종까지 조기발견하고 싶다면 보다 규칙적으로 위 내시경을 받으면 된다. 같은 검진에서 대장내시경을 받는 남자의 약30%,여자의 약 15%가 장차 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대장선종을 가지고 있었다. 용종과 선종을 제거하는 것은 대장암의 싹을 말리는 것으로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는다면 대장내시경이 위내시경보다 훨씬 조기치료의 효과가 높다.


◆폐암

건강검진에서 일상적으로 시행되는 흉부 X선 검사는 폐암 폐결핵 폐렴 같은 호흡기질환을 진단하기 위한 것이다. X선 사진으로 폐암이 발견됐다면 상당히 진행된 암이므로 조기발견에 유용하지 않다. 일반 CT의 6분의 1 정도에 해당하는 방사선을 이용하는 저선량 CT를 이용하면 매년 찍어도 안전하고 크기가 5~10㎜ 정도인 초기 폐암을 포함,전체 폐암의 90%가량을 조기발견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지난해 연구결과에서는 저선량 CT를 사용하면 1기 폐암진단율이 4배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폐암 조기발견을 위해 유용한 것인지에 대한 검증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흡연자 등 고위험군이라면 지금도 권장된다. 비용은 8만~12만원으로 그리 비싸지 않다.


◆췌장암

가장 놓치기 쉬운 암이다. 초기에는 가벼운 소화불량이나 점진적인 체중감소 외에는 이렇다 할 증상이 없어 조기발견이 어렵다. 1차로 복부초음파나 초음파내시경으로 간단하게 체크해 보면 효과적이지만 놓치는 경우가 상당하다. 췌장이 장기 깊숙이 위치하고 있어 일부분만 보이기 때문이다. 잦은 음주와 장기간의 흡연이 원인이므로 60대 이후 위 · 대장내시경을 해도 이상이 없으나 자꾸 여위는 경우에는 췌장암을 의심하고 복부 CT를 찍어봐야 한다. CT는 방사선 피폭량 때문에 매년 찍기 어려우므로 조기발견을 위해서는 2~3년에 한 번씩 해보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일찍 발견했더라도 췌장암은 진행속도가 빠르고 치료가 어려워 조기 발견의 효율성이 높지 않은 편이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도움말=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권영훈 건강의학센터 · 박세훈 혈액종양내과 교수

삼성암센터-한경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