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을 능력에 따라 차별화하는 추세가 본격화되면서 교수들의 '철밥통'에도 금이 가고 있다. 서강대는 강의 능력이 떨어지는 교수에게 안식년 기회를 박탈하기로 했다.

반면 한국외대는 연구실적이 우수한 교수에게 고속 승진과 조기 정년을 보장키로 했다. 서강대는 올해부터 강의평가 점수가 최저 기준을 넘지 못하면 연구년(안식년) 휴식을 가지 못하도록 했다고 18일 밝혔다.

손병두 서강대 총장은 최근 제주도에서 열린 교수회의에서 "지금까지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고 6년이 지나면 갈 수 있었던 교수 연구년(안식년) 제도를 개혁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서강대 교수들은 연구년을 가려면 연구실적과 강의평가 점수가 최저 기준을 넘어야 한다.

서강대는 또 올해부터 교수들의 의무 강의일 수를 주당 15시간에서 12시간으로 줄였지만 강의평가 점수가 기준에 못미친 교수는 기존처럼 15시간을 강의토록 했다. 반면 강의평가가 좋은 시간강사에게는 추가적인 현금보상을 실시키로 했다.

서강대의 이 같은 시도는 국내 대학들 사이에선 처음이다. 서울대 연 · 고대 등 주요 대학들은 여전히 일정 기간만 지나면 안식년을 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국외대는 올해부터 연구업적 등 능력이 탁월한 교수는 경력에 관계없이 승진 및 정년을 보장하도록 제도화했다. 지금까지는 전임강사로 2년,조교수로 4년,부교수로 5년 이상 최소 11년을 근무해야 정교수가 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5년6개월이면 승진이 가능하다.

한국외대는 특히 조기정년보장제도를 도입해 능력이 뛰어난 전임강사도 정년을 보장해 주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정교수가 돼야 정년이 보장 됐었다.

자연과학분야 전임강사는 9편의 SCI급 논문을 게재하면 승진하지 않더라도 곧바로 정년을 보장받게 된다.

또 이미 정년이 보장된 정교수가 국제저널 논문실적 기준을 충족시키면 호봉 승급과 학기당 7학점의 강의를 해야 하는 '기본의무시수'에서 2학점을 공제받는 혜택을 누리게 된다. 박철 외대 총장은 "고속 승진 및 조기 정년보장이란 동기부여를 통해 연구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대와 카이스트가 지난해 정년보장 심사에서 교수들을 대거 탈락시킨 데 이어 서강대와 한국외대가 강의 및 연구실적에 따른 차별화 정책을 도입함에 따라 경쟁없는 교수사회의 '철밥통' 깨기가 다른 대학들에도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