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대의원 대회에 상정… 파업 수순 밟기 돌입

현대자동차 노조의 21년 줄파업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현대차의 경영위기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노조가 귀족노조의 기득권을 놓지 않기 위해 연초부터 파업수순을 다시 밟고 있기 때문이다.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는 오는 19일 열리는 102차 임시대의원대회 주요 안건으로 '쟁의행위 발생 결의의 건'을 상정키로 결정했다고 15일 밝혔다. 노조는 또 추가 안건에 쟁의대책위원회 적립금 전용과 결의문 채택도 포함시켜 사실상 파업수순에 들어갔다.

노조는 이와 관련,"회사 측이 지난해 노사 합의에 따라 올 1월 중 시범 실시하기로 한 전주공장의 주간연속 2교대제를 경제난을 이유로 이행하려 하지 않고 있다"면서 "노사의 신뢰를 어긴 회사 측에 모든 책임이 있다"고 파업 추진 이유를 밝혔다. 노조는 다음 주 대의원대회 때까지 주간연속 2교대제 이행에 대한 회사의 방침이 확정되지 않으면 곧바로 쟁의행위 발생을 결의하고 설 연휴가 지난 후 파업에 들어갈 계획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이와 관련해 "전주공장 버스생산라인의 경우 판매 부진으로 무려 1년치의 재고가 쌓여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3시간 일을 덜하고 지금처럼 임금을 다 받겠다는 논리는 사실상 회사문을 닫으라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반발했다. 현대차는 전주공장 버스생산라인의 근무를 주간조 4시간 근무체제로 전환을 추진하면서 노조와의 갈등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이처럼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 여부를 놓고 노사 간 갈등이 커지면서 경영위기 극복을 위한 현대차의 소형차 증산 계획도 큰 차질을 빚고 있다. 극심한 판매 부진으로 지난해 말부터 보름간 휴무에 들어갔던 울산2공장은 최근 혼류생산 설비공사까지 끝냈지만 실질적인 혼류생산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혼류(混類)생산은 특정 차종만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라인에서 다른 차종을 함께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체제로,RV차량을 담당하는 울산 2공장의 경우 기존 투싼 라인에 혼류생산 체제가 도입될 계획이다.

현대차는 "'다차종 혼류생산' 체제 도입은 판매부진을 극복하기 위한 핵심 전략"이라며 "노조와 하루빨리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조의 이 같은 파업 방침과 관련해 현장 조합원들은 물론 협력업체, 울산시민들의 반발이 고조되고 있어 실제 파업으로 연결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반장과 계장, 기장급 조합원들은 최근 회사의 비상경영체제 동참을 결의하는 등 반파업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와 함께 현대차 감산으로 울산지역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휴폐업 사태가 도미노처럼 번지고 있어 노조가 파업에 들어갈 경우 자동차 협력업체를 포함한 울산시민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