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카이스트 졸업생도 일자리 못잡아

올 2월 K대 경영전문대학원(MBA스쿨) 졸업을 앞둔 A씨는 국내 증권사 인턴 후 채용을 보장받았다가 최근 취소 통보를 받았다. 최종 사인만 남겨뒀던 그는 "회사 측으로부터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채용을 취소하게 됐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주변에서도 증권사나 컨설팅회사 등에서 채용 취소 통보를 받은 경우가 꽤 있다"고 말했다. IT대기업 출신으로 S대 MBA스쿨 졸업 예정자인 B씨는 금융회사쪽을 원했으나 시장이 얼어붙는 바람에 원래 회사로 복귀했다. 그는 "MBA스쿨 졸업자들 대부분이 취업이 어려워 눈높이를 낮추거나 기존 직장으로 돌아가고 있다"며 "금융분야에 진출하려면 소규모 뷰티크 사무실밖에 없다"고 푸념했다.

국내 채용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연봉 상승,경력 전환의 '황금사다리'로 통했던 MBA스쿨 채용시장도 된서리를 맞고 있다. 그동안 100% 취업을 자랑했던 서울대 MBA스쿨도 올 2월 순수 취업 대상자 중 10% 이상이 취업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MBA스쿨 채용담당자인 황지현씨는 "순수 취업 대상자 30여명 중 5명 정도가 취업을 못했다"며 "학부 졸업생들에 비하면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심각하다"고 전했다. 졸업생들의 금융분야 진출이 활발했던 카이스트 MBA스쿨도 현재 80% 정도만 취업이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원하는 직장보다 눈높이를 낮춰 '일단 붙고 보자'는 심리도 뚜렷하다. 카이스트 MBA스쿨 채용담당자인 유미자씨는 "금융분야는 신규 채용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금융분야를 희망했던 학생들이 제조업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취업이 어렵자 MBA스쿨을 휴학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재작년 MBA스쿨을 졸업해 H컨설팅에 취업한 C씨는 "금융분야 채용이 없으면 컨설팅업계에서라도 인력을 소화해줘야 하는데 컨설팅회사들도 대규모 인력 감축에 나서면서 신규 채용은 꿈도 못꾼다"며 "취업이 안된 후배들이 휴학을 택하기도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내년 채용시장은 더욱 암울한 실정이다. 원유훤 삼성증권 인사담당 차장은 "각 증권사들이 올해 신규 채용 인원을 동결하고 있다"며 "특히 MBA 출신이 선호하는 IB분야는 꽁꽁 얼어붙었다"고 말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