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유출됐더라면 입시일정 `대혼란' 초래
서울대 자체조사 "유출 없었다"


올해 서울대 입시 출제위원 합숙소에 외부인이 침입했던 사실이 14일 뒤늦게 알려지면서 허술한 `출제 보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대 자체조사 결과 문제가 유출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는 하나 만약 침입자가 `특정한 의도'를 가진 경우였다면 입시 일정의 전면 연기나 시험 무효화에 따른 대혼란 등 최악의 사태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사건이 발생한 작년 11월 하순은 서울대 등 주요 대학들이 수시모집 논술·면접·구술·실기고사 등을 잇따라 치르거나 준비하고 있던 시기였다.

대학별로 치러지는 이런 시험들은 2000년대 이후 대입수학능력시험의 변별력이 약화되면서 소위 명문대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일종의 `본고사' 역할을 해 왔다.

이 때문에 만약 문제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더라면 수험생과 학부모 등의 항의와 무효화 요구 등 파문이 일며 입시 일정에 심각한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특히 서울대의 수시모집 일정이 미뤄질 경우 연쇄적으로 모든 대학의 정시모집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형편이었다.

현행 대입 제도 하에서는 수시모집에 일단 합격한 수험생은 이후 어느 대학의 정시모집에도 지원할 수 없고 이를 어길 경우 합격이 모두 취소되도록 돼 있어 어느 한 대학의 수시 합격자 발표가 늦어지면 특별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모든 대학의 정시모집 일정에도 차질이 생긴다.

자칫 우리나라 전체 대학 입시 일정이 뒤죽박죽될 수도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던 셈이다.

서울대측은 "자체 조사 결과 교대근무를 하던 외부 경비용역업체 직원이 출입 통제 공지를 받지 못해 벌어진 해프닝으로 문제 유출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해당 용역업체 직원이 1분여간 복도를 돌아 다니며 열려져 있던 방문을 닫은 것에 불과했고 통화내역 등도 확인했으나 수상한 점이 없었다는 것이다.

또 기초 자료 확보와 검토만 진행된 합숙 초기여서 시험문제가 아예 만들어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사건이 발생했다는 게 서울대측 해명이다.

이에 따라 서울대는 자체 조사로 사건을 마무리하고 예정대로 논술고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이런 해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철통보안'이 유지돼야 할 출제위원들의 합숙 장소가 `뚫렸다'는 사실 자체가 결코 있어서도, 용납될 수도 없는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출입이 엄금된 외부인이 별다른 제재 없이 출제 위원의 방에 접근할 수 있었고, 대입 수험생들의 평생을 좌우할 수도 있는 입시 출제 자료가 무방비로 노출됐다는 점은 서울대의 공신력에 적지 않은 타격이라는 것이다.

서울대가 사건발생 이후 같은 장소에서 보안 강화 조치만 취하고 다른 후속 조치를 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시험 연기나 문제 변경은 불필요하다고 판단했더라도 보안 문제가 드러난 이상 출제위원 합숙장소 변경이나 기존 참고자료 백지화 등의 조치는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았겠느냐는 지적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복도 출입문을 아예 폐쇄해 버리면 가장 좋겠지만 그럴 경우 소방법 위반이 된다"며 "해프닝이 벌어진 뒤 호텔 측에 항의했으나 합숙소를 중간에 바꿀 정도로 엄청난 일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사태의 실체가 해프닝에 불과했고 후속 대응에도 문제가 없었다는 서울대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의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일부 수험생이나 학부모들이 유출 가능성을 제기하며 시험 무효화 등을 요구하고 소송 등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hanajj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