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이틀 전 합숙호텔에 경비용역직원 '침입'..보안 허점 노출
서울대 "판.검사 출신 교수 통해 자체조사"


외부로부터 완벽하게 차단돼야 할 서울대 입시 출제위원 합숙소에 시험을 불과 이틀 앞두고 외부인이 `침입'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서울대는 문제 유출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시험 연기 등의 별다른 사후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나 자칫 전국 대학 입시 일정의 차질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입시 관리 허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14일 서울대와 호텔업계 등에 따르면 2009학년도 서울대 수시 논술시험을 불과 이틀 앞둔 지난해 11월25일 새벽 서울 모 특급호텔에 마련된 2009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 논술 및 구술.면접 고사 출제위원 합숙소에 호텔 경비용역업체 직원이 허가없이 들어갔다가 적발됐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때 서울대에 `초비상'이 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는 시험 예정일이 이틀밖에 남지 않은 때로 일반인뿐 아니라 환경미화원, 경비원, 호텔 직원 등 모든 외부인의 출입이 전면 통제되고 출제위원 수십명도 사실상 `감금'된 상태에서 출제 작업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서울대 입학관리본부는 낯선 사람이 침입했다는 신고를 한 출제위원으로부터 받고 호텔 관계자 입회 하에 자체 조사에 착수, 문제의 침입자가 호텔에 근무하는 외부 경비용역업체 직원 S(21)씨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호텔 복도에 설치돼 있던 폐쇄회로(CC)TV 분석작업 등을 벌였다.

이 CCTV에는 S씨가 당일 오전 1시35분께 자연계열 구술.면접 출제위원들이 묵는 12층 복도를 3∼4분간 돌아 다니며 열려 있는 방문 5∼6개를 닫다가 출제 위원에게 적발되는 장면이 녹화돼 있다.

S씨가 폐쇄된 복도 출입문 대신 테이프로 막아 놓은 비상구를 열고 들어갔으며, 군데군데 열려 있는 방문을 닫으며 손에 든 수첩에 무언가를 적는 장면도 들어있다.

이와 관련, 해당 용역 업체 측은 "(S씨가) 순찰하다가 (테이프가) 끊어져 있는 걸 보고 들어갔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또 서울대 관계자는 "원래 (통상적인 경우 용역업체 직원들이) 방문이 열려 있으면 닫아주는 일 등을 하는데 그럴 때 몇호실인지를 수첩에 적는다더라"라고 전했다.

당시 복도에는 교과서 등의 자료가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상자가 대여섯개 놓여 있었으나 S씨가 이 상자 안을 들여다 보거나 무언가를 꺼내지는 않았다고 서울대 측은 설명했다.

서울대는 침입자 처리 문제로 고심하다 일단 진상부터 파악하기로 하고 수사와 재판 경험이 있는 판.검사 출신 법대 교수들의 조언을 얻어 당사자 동의를 구한 뒤 휴대전화 통화내역 등에 대한 조사를 벌였으나 특별히 의심스러운 점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조사를 종결했다.

이에 따라 서울대는 합숙장소 중도 변경이나 고사일 연기, 문제 변경, 수사 의뢰 등 다른 후속 조치는 취하지 않고 예정대로 11월 27∼29일 수시모집 논술·구술·면접고사를 치르는 등 입시 일정을 정상 진행했다.

김영정 서울대 입학관리본부장은 "문제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수사를 의뢰했겠지만 확인 결과 그런 가능성이 전혀 없었다.

또 합숙 초기여서 아직 문제가 출제되지도 않은 상태였다"고 해명했다.

다른 서울대 관계자는 "합숙 초기여서 미처 이 사실을 통보받지 못한 외부 용역업체 직원이 있었던 것 같다"며 "사건이 벌어진 후 보안 조치를 강화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hanajj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