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당사자인 박모씨(31)가 괴로운 심경을 밝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박찬종 변호사는 13일 자신의 블로그 '박찬종의 올바른 사람들'를 통해 지난 12일 박씨와 나눈 접견 내용을 문답식으로 정리해 공개했다.

박씨는 경제관련 공부를 하게 된 계기에 대해 '방어적 차원'이라고 밝혔다. 그는 "1997년 IMF사태 때 개인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심지어 내 친구 부모까지 자살해 친구와 친구동생이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았다"며 "내 가정은 내가 지킨다는 취지로 선제 방어적 차원에서 공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구체적으로 이론적 바탕은 이중구 교수의 '경제학원론'을 토대로 삼았으며, 실물경제는 잡지와 서적, 그리고 사이트와 블로그 등을 통해 습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 MB단체' 가입 여부에 대해 그는 "(반 MB)단체에 가입한 적은 전혀 없다.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반정부주의자가 아니다. 일개 '블로거'일 뿐이다. 언론에서 보도된 그런 반정부단체는 가입한 적이 전혀 없다"고 강조한 뒤 "다만 민주주의2.0은 가입한 사실이 있다. 가입당시에는 토론사이트가 유행이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정치권 배후설'에 대해 박씨는 "나의 개인 시각을 온라인으로 알리는 블로거일 뿐"이라고 잘라말했다.

또 전문대 졸업 학력과 무직 등을 이유로 확산되고 있는 '미네르바 진위 논란'에 대해 그는 "무슨 학벌이 온라인에 의견 표시하는데 제약이라도 되나. 온라인 블로거 중에 현직 프로보다 식견이 높은 블로거 들이 많다. 앞으로 온라인에 의견 표시하려면 최종학력과 직업을 쓰고 글을 게재 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해야 하는 건 어떤가"라고 반문해 눈길을 끌었다.

박씨는 월간 신동아 보도와 관련, "내가 전혀 의도하지 않게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오프라인으로 나오게 됐다"며 "월간지는 정부 고위층과 판·검사 등 그래도 한국에서 내로라하시는 분들이 주로 읽는다. 보통은 온라인을 하지 않는 분들이 신동아의 글 때문에 나에 대해 오해를 많이 하게 되지 않았나 싶다"고 심경을 밝혔다.

박씨는 자신의 신상정보가 공개된 데 대해 "앞으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할 것 같다"고 괴로운 심경을 밝히면서, 언론과 정치인들에게도 "단순히 온라인에 글을 게재한 것이 이렇게 정치적으로 비화되는 게 너무 부담스럽다. 나는 정치인이 아니다. 그리고 연쇄살인범도 아니지 않는가. 정치적 사건으로 만들지 말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미네르바 면담 요지>

△ 박찬종 변호사 : 2007년부터 경제 쪽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왜 경제에 대한 공부를 하고 싶었는지?
▲ 미네르바 : 1997년 IMF사태 때 개인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심지어 내 친구 부모님께서 자살을 하여 친구와 친구동생이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았다. 나는, 내가정은 내가 지킨다는 취지로 선제 방어적 차원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 박찬종 : 주로 어떠한 자료를 토대로 공부를 했는지? 경제서적은 어떤 서적을 읽었는지?
▲ 미네르바 : 이론적 바탕은 이중구교수의 ‘경제학원론’을 토대로 삼았다. 실물경제는 잡지, 서적, 그리고 사이트와 블로그 등을 통해 습득했다.

△ 박찬종 : 2007년 공부를 시작하기 전 어떤 일을 구체적으로 했는지?
▲ 미네르바 : 오피스인테리어를 지인과 동업으로 5년 가까이 했다.

△ 박찬종 : 최근 3년간 단체에 가입한 적이 있나? 반 MB단체에 가입한 적이 있나?
▲ 미네르바 : 단체에 가입한 적은 전혀 없다. 반MB단체가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반정부주의자가 아니다. 일개 ‘블로거’ 일 뿐이다. 언론에서 보도된 그런 반정부단체는 가입한 적이 전혀 없다. 단, 민주주의2.0은 가입한 사실이 있다. 가입당시에는 토론사이트가 유행이었다.

△ 박찬종 : 정치권이 배후라고 하는 언론도 있는데?
▲ 미네르바 : 전혀 사실이 아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나는 나의 개인 시각을 온라인으로 알리는 블로거 일 뿐이다.

△ 박찬종 : 박대성씨 개인의 신상이 언론에 노출이 많이 되었는데, 인권침해의 우려가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 미네르바 : 앞으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할 것 같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 박찬종 : 공고 나오고 전문대학 나오고 백수인 사람이 이런 글을 작성했다고 미네르바가 아니라고 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 미네르바 : 나는 나의 개인적 주관적 관점과 다양한 시각을 온라인에 의견 표시한 것뿐이다. 무슨 학벌이 온라인에 의견 표시하는데 제약이라도 되나? 온라인 블로거 중에 현직 프로보다 식견이 높은 블로거 들이 많다. 앞으로 온라인에 의견표시하려면 최종학력과 직업을 쓰고 글을 게재 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해야 하는 건 어떤가?

△ 박찬종 : 모 언론에서는 박대성씨의 지인이라고 소개하며 박대성씨가 주식에 5천만 원을 투자해서 많은 손해를 입었다고 한다. 사실인가? 그리고 현재 주식 또는 다른 외환관련 예금, 선물 등에 가입한 사실이 있는가?
▲ 미네르바 : 전혀 사실이 아니다. 만약 내가 주식 등에 투자를 하였다면 검찰이 구속영장에 기재를 했을 것이다. 나는 주식 등에 단 10원도 투자한 사실이 없다.

△ 박찬종 : 본인이 ‘미네르바’ 라는 것을 친구 또는 가족은 알고 있었던 사람이 있나?
▲ 미네르바 : 없다

△ 박찬종 : 구속 될 당시 구치소에서 부모님께 전화를 하여 면회를 오지 말라고 했던데 이유는?
▲ 미네르바 : 연로한 부모님께 기자 분들이 인터뷰를 요청하는 자체가 부담이 된다. 나의 가족들은 이 사건과 관련이 없으니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 외국에 있는 여동생과도 인터뷰를 했다고 하는 언론이 있던데, 너무 혼란스럽다. 동생은 외국에서 봉사활동중이라 전화가 안 되는 걸로 안다. 모 언론사에 난 나의 여동생은 도대체 누구인가?

△ 박찬종 : 신동아 건은 어떻게 생각하나?
▲ 미네르바 : 내가 전혀 의도하지 않게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오프라인으로 나오게 되었다. 월간지는 정부고위층과 판, 검사 등 그래도 한국에서 내로라하시는 분들이 주로 읽는다. 보통은 온라인을 하지 않는 분들이 신동아의 글 때문에 나에 대해 오해를 많이 하게 되지 않았나 싶다. 법적인 부분은 박찬종변호사님께 일임하겠다.

△ 박찬종 : 지금 심경은 어떤가?
▲ 미네르바 : 막막한 심정이다. 포승줄과 수갑을 차고 이렇게 면담을 해야 하는 사실이 무섭다. 온라인에 글을 쓰면 온라인에서만 통용 될 거라고 생각한 내가 잘못이다.

△ 박찬종 :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면?
▲ 미네르바 : 솔직히 두렵다. 단순히 온라인에 글을 게재한 것이 이렇게 정치적으로 비화 되는 게 너무 부담스럽다. 기자분들과 정치인들께 부탁드린다. 나는 정치인이 아니다. 그리고 연쇄살인범도 아니지 않는가? 정치적사건으로 만들지 말았으면 한다. 이상이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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