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건설로 학교에 그림자가 생겨도 학생들은 일조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받지 못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3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경기 용인 S초등학교 학생 760여명이 H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S초등학교는 2002년 6월 개교했는데 H사가 학교 옆에 아파트를 신축하면서 그림자가 생겨 운동장과 일부 교실의 일조권이 침해되자 2004년 당시 재학생들이 위자료를 달라며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학생들이 학교에 상주하지 않는다 해도 수업시간에만 학교에 있는 것이 아니고 수업 전ㆍ후로 운동장과 교실 등 학교시설을 이용한다"며 "이 사건에서의 일조 방해는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참을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섰다"고 원고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재학생의 연령 등을 고려해 각각 5만∼20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일조는 쾌적하고 건강한 생활에 필요한 `생활이익'으로서 법적 보호의 대상이 되는데 학생들은 학교에 지속적으로 거주하는 게 아니라서 일조권을 보호받을 지위에 있지 않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대법원도 "일조권을 갖는 주체는 토지나 건물소유자, 지상권자, 전세권자, 임차인 등의 거주자를 말하는 것으로, 토지ㆍ건물을 일시적으로 이용하는 데 불과한 사람은 권리가 없다"고 학생들의 상고를 기각했다.

학생들은 방학기간이나 휴일을 제외한 개학기간 중 학교에 머무르는 시간 동안에만 일시적으로 학교시설을 이용하는 지위에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noanoa@yna.co.kr